[뉴스토마토프라임]상속세 때문에 주식 팔 가능성은 낮아

삼화페인트 이틀째 급등…상속세 재원 마련 걸림돌 없어

입력 : 2025-1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의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전해진 지 이틀째이자 김 회장의 발인일이기도 했던 19일, 삼화페인트 주가는 이날도 뜨거웠습니다. 장 시작부터 전일가보다 19.80% 급등한 9500원에 거래를 시작하더니 오전 중 잠깐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덩치가 크지 않은 종목이다 보니 장중 변동성이 매우 컸으며, 매수·매도세가 빈번하게 교차하며 거래량이 폭발, 지난해 5월22일 이후 최고 규모인 2127만주의 거래량이 터졌습니다. 전체 상장 주식(2720만주)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다만 이 같은 강세는 대주주의 사망으로 인한 지분 상속 과정에서의 갈등 발생 가능성에 기인한 것이다 보니, 장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증가했고 결국 시초가보다 크게 낮은 862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물론 이 가격도 8.70%의 높은 상승률입니다. 
 
고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사진=연합뉴스)
이슈 발생 이틀째가 되자 김장연 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에 관한 의견과 전망은 조금 더 구체화된 모습입니다. ‘지분율 22.76%의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이 주식의 상당량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로 인해 2대 주주인 윤석재씨 일가와의 지분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현재 김 회장 측과의 지분 차이가 큰 데다 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발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이날 종가 8620원을 기준으로 지분 619만주를 전부 상속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가액은 533억원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론 상속개시일(피상속인 사망일)을 기준해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주식 외 상속재산이 더 있을 것이고, 상속세 산정 시 각종 공제 항목도 많아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세금을 산출할 수 없지만, 오직 주식만 상속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25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에 지난 6월에 김 부사장이 증여받은 82만주 또한 증여세가 아니라 상속가액에 포함시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요. 증여 당시 가액인 48억원이 적용되겠지만 250억원보다는 늘어날 예정입니다.
 
이 주식을 전부 김현정 부사장이 상속받는다고 해도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납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10년 동안 분할 납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증액하는 등 몇 가지 방법이 동원될 전망입니다.
 
사실 우선순위를 따지면 이보다는 김현정 부사장이 김 회장 지분을 혼자 상속할지 형제, 친지와 나눠서 상속할지 여부가 먼저입니다. 그게 정해지지 않은 채로 폭탄 배당을 한들 김 회장 몫으로 배당되는 것이 아니어서 나중에 상속가액과 세금만 더 늘어나게 됩니다. 상속인, 배분 비율을 확정하는 교통정리가 먼저입니다. 
 
김 회장은 김현정 부사장과 김정석씨 등 1남1녀를 뒀습니다. 현재 김정석씨는 삼화페인트에서 역할을 맡고 있지 않지만, 재산 상속에서까지 전부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가 얼마씩 나눠 갖든 서로의 우호 지분일 테니 경영권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상속이 실행된 후에야 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은 연말 결산 배당도 배당 기준일을 주총일 전후로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앞으로 몇 달은 여유가 있습니다. 
 
두 번째 관심사는 상속세를 낼 만큼 배당을 할 수 있을지인데요. 삼화페인트의 이익잉여금은 3분기 말 현재 2887억원입니다. 현금성자산만 435억원에 달해 원한다면 재원 마련엔 문제가 없습니다. 참고로 2024년 결산 배당총액은 86억원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결산에서는 전년과 1주당 동일한 배당금 지급을 결정해도 배당총액은 늘어날 예정입니다. 최근 자사주를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삼화페인트는 보유 자사주 238만주 중 138만주를 추코쿠마린페인트에 넘겼는데요. 자사주엔 배당을 지급하지 않지만 보통주로 되살아난 이상 이제부터는 이 138만주에도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발행했던 교환사채(EB)의 교환 담보로 설정한 나머지 자사주 100만주는 아직 주식 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연이틀 주가가 급등한 바람에 EB를 취득한 사모펀드들이 교환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교환 청구 개시일로 설정한 날짜는 당장 22일부터입니다. 교환가액은 주당 6857원입니다. EB를 발행할 당시만 해도 주가보다 높아서 곧바로 교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주가가 급등한 지금은 얼마든지 주식 교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EB를 발행해서 조달한 69억원은 자금 조달 목적을 시설 자금용으로 공시해 세금용으로 활용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추코쿠마린에게 자사주를 팔고 받은 약 80억원은 용처를 밝히지 않아 이 자금도 동원이 가능합니다. 자본금 항목이라서 감액배당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감액배당 시 대주주의 경우 취득가액 초과분에 배당소득세를 내야 해 특별히 더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인 것은 맞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화페인트의 지분 상속으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현실성이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김 부사장에 대한 경영 능력 평가 또는 지분 상속 과정에서의 갈등, 2대 주주인 윤석재씨 측의 행보 등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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