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수주에도 실적 ‘보릿고개’…조직 긴축 ‘현실화’

2027년부터 ‘SBB 2.0’ 공급 체결
전기차 캐즘 속 2년 간 공백 우려

입력 : 2025-12-22 오후 1:53:1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삼성SDI가 미국 시장에서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따내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공급은 2027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장의 실적 부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생산 라인 운영 효율화와 인력 조정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등 긴축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삼성SDI 기흥 사업장(사진=삼성SDI)
 
최근 삼성SDI 아메리카(SDIA)는 미국 현지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약 3년간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ESS 전용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 2.0’에 탑재될 각형 LFP 배터리로, 계약 규모는 2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수주 성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2027년부터 본격 공급이 시작되는 만큼, 향후 2년여 동안은 현재의 어려움을 버텨내야 합니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도 경영 환경에 대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과 연비 규제 폐지에 따라 수요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력 배터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 긴축과 투자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증권사들은 삼성SDI의 고객사인 BMW의 수요 감소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며, 연간 적자 규모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와 전자재료 부문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전지와 소형 전지 부문 판매가 예상보다 약해 분기 흑자 전환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삼성SDI 내부에서는 긴축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생산 라인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인력 조정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반에서 인적 쇄신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며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신규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삼성SDI는 국내외에서 차세대 배터리 생산 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 투자 집행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소요되는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는 ESS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주춤한 반면,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추가 협력을 타진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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