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연간 25만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생산단가 절감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수소 경제가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수소 에너지는 자동차와 트램을 넘어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운송 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육상에서 해상까지, 탄소 없는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수소 모빌리티 기술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_편집자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대형 트럭을 전기로 움직이려면 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차가 크면 배터리도 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크기만 키울 순 없습니다. 배터리 무게만 수 톤에 달해 정작 실어야 할 화물 적재 용량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수소차가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상용차 분야에서 수소차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대형 상용차를 수소차 확산의 핵심 타깃으로 잡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상용차는 전체 운행 대수 중 17% 이상을 차지합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산업전문전시회 H2 MEET 2023 현대차 부스에 수소 전기트럭 청소차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11톤급 화물차의 경우 전기차로 만들면 배터리 무게만 3~4톤에 달하는데, 이는 화물 적재 용량을 그만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 스택과 수소탱크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전기차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무게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아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며, 충전 시간도 10~15분 정도로 짧아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수소 트럭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김덕진 한국자동차연구원 하이브리드기술부문 부문장은 “친환경 상용차 시장은 성장세에 있고 향후 구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재 내연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용차 시장에서 그 주도권이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계속 발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수소상용 차나 전기상용차 중심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될 것 인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했습니다.
정부, 올해 1800대 이상 보급 목표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형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대기오염 배출량이 월등히 높습니다.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대형 트럭과 버스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형 상용차를 수소차로 전환하는 것을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2025년 수소 상용차 보급 실적은 약 1195대였으나, 올해 2026년에는 약 50% 이상 증가한 1800대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수소 상용차를 단순한 친환경 상징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중교통과 물류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6년 기준 국비 보조금은 차종별로 차등 지급됩니다. 저상 수소버스는 최대 2억1000만원, 고상 수소버스는 최대 2억6000만원, 11톤급 수소화물차는 2억5000만원 등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로 추가 보조금이 더해지면 실제 구매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크게 줄어듭니다.
현대차 유니버스 수소전기서비스 상품성 개선 모델. (사진=현대차)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연료전지 스택 교체 지원입니다.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은 일정 주행거리가 지나면 교체가 필요한데, 정부는 이 비용으로 3500만원을 지원합니다. 이는 수소차 운영의 경제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수소 상용차 생태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현재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버스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수소버스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입하면서 이미 폭발적인 보급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수소버스의 확산은 도심 대기질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수소버스는 경유버스에 비해 소음이 적고 진동이 거의 없어 승객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도심 공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저상버스의 경우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모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반면 수소 트럭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수소화물차는 20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현대차의 엑시언트(XCIENT·수소 전기 트럭)가 유럽에서 2000만km 실증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했고,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장기적으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정부 성공 ‘키’는 현대차그룹
현재 국내 수소 상용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 대부분이 현대차 모델이며, 2026년 정부 목표인 수소버스 1800대와 화물·청소차 20대의 거의 전량을 현대차그룹이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모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엑시언트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 대형트럭으로, 유럽에서 165대가 운영 중이며 누적 주행거리가 2000만km를 돌파했습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2월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수소위원회 CEO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또 다른 주력 모델은 일렉시티(Elecity) 수소버스입니다. 저상형과 고상형으로 나뉘어 다양한 노선 환경에 대응할 수 있으며, 국내 수소버스 보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일렉시티를 통해 전국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네트워크에 수소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브랜드 HTWO는 수소 가치사슬 전체를 총괄합니다.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수소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수소 경제 구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가능하게 합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국내 최대 수소산업 전시회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소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며 “전년과 비교했을 때 참여 정도, 투자, 정부쪽 관심이 상당히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에너지원에 있어서 수소는 사용할 수 있는 용도와 지역에 따라서 활용 가치가 아주 크다”며 “현대차그룹도 수소에 대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글로벌 차원에서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MRFR)에 따르면 상업용 수소 차량 시장 규모는 2024년 23억4000만달러에서 2035년 972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40.53%에 달합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2회에서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 트램의 현재 보급·기술·제도적 한계를 짚어보고, 미래 친환경 도시의 핵심 교통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과제를 진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