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올해 내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국내 완성차 중견 3사가 내년 신차 공세로 반격에 나섭니다. 현대차그룹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지고 수입차의 약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자릿수 점유율로 추락한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 한국GM이 신모델 출시를 통해 시장 입지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3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6%에서 지난해 7.6%까지 급락했습니다. 5년 사이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입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67.7%에서 74.2%로 점유율을 높였고, 수입 브랜드도 16.7%에서 18.2%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21년 11.2%, 2022년 10.8%를 거쳐 2023년 8.3%로 떨어지며 하락 추세가 가속화됐습니다.
중견 3사의 점유율 급락은 모델 다양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르노코리아의 그랑콜레오스와 KGM의 토레스가 각각 선전했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1~2개 히트 모델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아반떼부터 그랜저, 각종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전 세그먼트를 촘촘히 커버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수입차의 공세도 중견 3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 브랜드들이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는 사이, 중견 3사는 수입차와 현대차그룹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입차들이 프리미엄 이미지와 함께 할인 프로모션까지 강화하자 가격 메리트마저 희석됐습니다.
전동화 전환 지연도 더 큰 타격을 줬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 시리즈, 전기차(EV) 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중견 3사의 전동화 모델 라인업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수입차들도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충하며 전동화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내년 새롭게 선보일 신형 픽업 ‘Q300’. (사진=KGM)
내년에 중견3사는 상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계획하에 위축된 판매 흐름을 신차 출시로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단순히 신차를 내놓는 것을 넘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복안입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두 번째 신차인 ‘오로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로라는 르노의 글로벌 전략 모델로 개발된 차량으로, 국내 시장 특성에 맞춰 상품성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랑콜레오스가 대형 SUV 시장에서 선전한 만큼, 오로라가 준중형 세그먼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면 르노코리아의 모델 다양성이 강화되며 판매 기반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KG모빌리티는 내년 1분기 기존 무쏘 스포츠의 후속작인 ‘Q300(프로젝트명)’을 선보입니다. 이어 하반기에는 렉스턴 후속 모델인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E10(프로젝트명)’을 출시해 SUV 라인업을 전면 재편할 계획입니다. 토레스가 중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Q300과 SE10도 각각의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발휘한다면 KG모빌리티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한국GM은 내년 중 프리미엄 브랜드 뷰익을 국내에 론칭하고 1개 차종을 내놓습니다. 또한 픽업트럭과 상용차 전문 브랜드인 GMC도 3개 차종을 출시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합니다.기존 쉐보레 브랜드가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한계를 보인 만큼, 뷰익과 GMC를 통해 고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견 3사가 신차 출시 타이밍과 상품성에 따라 시장 반응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신차 성과가 향후 국내 시장 입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