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방산업계의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해외에서 수주한 대형 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한 점이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향후 수출 전망 역시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글로벌 군비 확장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내년에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대로템이 만든 수출용 K2 전차가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방산 4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LIG넥스원의 2025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총 5조22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체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조4940억원, 현대로템 1조600억원, LIG넥스원 3507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3161억원 순입니다.
이들 4개사는 2023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분기 기준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도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주잔고 역시 100조원에 달해 향후 2~3년간 안정적인 일감도 확보했습니다.
올해 방산업계의 호실적은 2022년부터 체결된 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체결된 폴란드와의 초대형 패키지 계약이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 꼽힙니다. 폴란드는 △FA-50 경공격기 48대(KAI) △K2 전차 180대(현대로템) △K9 자주포 212문·천무 다연장로켓 218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총 124억달러(약 17조7000억원) 규모의 무기 도입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루마니아 역시 국내 방산업계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 등 약 9억2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수출 확대 흐름에 힘을 보탰습니다.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진행된 시험사격에서 폴란드형 천무 HOMAR-K에서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년 수출 흐름도 밝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국방비 증액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주요국 국방비 증가율은 △미국 13% △인도 9.5% △대만 23% △스웨덴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향후 10년간 수조 유로 규모의 국방비 지출이 예상됩니다.
중동 역시 노후 장비 교체 수요 확대와 더불어 이웃 국가 간 갈등과 내부 반군 위협이 누적되면서 국방비 증액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스라엘·UAE·이라크 등 중동 주요 6개국의 전략 자산 8440기 가운데 약 70%가 교체가 필요한 상황으로, 관련 교체 비용은 약 687억달러(약 95조원)로 추산됩니다. 아울러 중동 국가들의 국방비도 2033년까지 연평균 5.1%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최근 유럽연합(EU)이 이른바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자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유럽 내 수주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최근 수주가 유력하다고 평가받던 폴란드의 ‘오르카(ORKA)’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수출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남중국해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 동남아시아와 더불어 구매력이 좋은 중남미,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빠른 납기와 높은 신뢰성을 강점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이어가는 한편, 지역별 특성에 맞춘 시장 다변화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