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형 조선사들도 연초부터 수주를 이어가며 수주잔고를 늘리고 있습니다. 주력 선종인 중형 탱커 시장이 노후선 교체 사이클 국면에 접어든 데다,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이 본격화되는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환경은 당분간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HJ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HJ중공업)
최근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잇달아 수주 성과를 쌓고 있습니다. HJ중공업은 지난 11일 1만1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2척(옵션 2척 별도)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고부가 친환경 선박을 수주했다는 것은 물론,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처음으로 건조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HJ중공업은 특수선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군 고속정 4척을 포함해 신형 고속정 32척,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 8척을 전량 수주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16일에는 국내 중형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MRO 시장에도 본격 진입했습니다.
대한조선도 탱커 분야에서 수주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6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9일 추가 2척을 더 확보했습니다. 2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수주 목표의 70%를 채운 것입니다. 케이조선 역시 지난달 29일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4척 신규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비교적 밝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글로벌 탱커선 선대에서 20년 이상 노후선 비중이 20%, 15년 이상이 45%에 달하는 등 교체 수요가 부각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입니다. 최광식·이준범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탱커선은 컨테이너선과 같은 교체 발주 사이클이 본격화하기 전이지만 언제든 교체 발주 수요가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원유를 유통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흐름도 전 세계 탱커선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됩니다.
미 해군 MRO 시장 확대도 호재로 꼽힙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해군이 전투함 정비에 소비하는 시간이 2012년 ‘함정 정비계획’에서 예상한 약 4년(선박 수명의 12%)보다 두 배 수준인 8년가량으로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비 기간도 평균 20~150% 길어져 전력 운용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현지에는 MRO를 수행할 조선소가 부족한 상황이라, 미 해군이 국내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형 조선사에도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MSRA를 체결한 HJ중공업에 이어, 케이조선과 대한조선 등도 관련 협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형 조선사가 탱커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선박 교체 사이클과 맞물려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MRO 시장 진출과 함께 특수선·친환경 선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수주 기반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