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폴란드 정부가 외국산 무기 구매 시 기술이전과 공급망 확장 등 거래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절충교역’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내 방산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폴란드가 절충교역을 확대할 경우, 업계가 감내해야 할 부담도 한층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17일(현지시각) 콘라트 고워타 폴란드 국유자산부 차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시장 접근은 이제 국내 투자와 기술이전에 달려 있다”며 “계약을 원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최종 조립 라인 대신, 생산 설비와 노하우, 공급망을 폴란드 내부에 구축·통합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워타 차관은 최근 몇 년간 폴란드의 미국산 장비 구매가 상호 투자나 기술 협력 조건 없이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를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머물기 위해 기꺼이 감수한 일종의 ‘안보 비용’으로 평가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결과적으로 폴란드를 ‘순진한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고워타 차관의 발언은 미국과 한국 등에서 대규모로 이뤄진 무기 구매가 자국 산업 생태계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내부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워타 차관은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 PGZ와 체코 CSG가 이달 초 맺은 지뢰지대 공동 구축 계약과 패트리어트 방공 체계 및 위성 정찰 플랫폼과 연계한 통합 작업을 언급하며 “이렇게 폭넓은 협력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적다”며 “준비됐다면 환영하고 아니면 다른 쪽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업체와 K9 자주포, K2 전차 등 누적 약 26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향후 추가 구매 여력도 상당합니다. 폴란드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4.48%로 NATO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4%를 넘겼으며, 올해는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고워타 차관은 유럽연합(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SAFE’를 통해 확보한 440억유로(75조4000억원) 외에도, 향후 5년간 1조즈워티(약 406조원)를 국방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의 기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이번 발언은 미국을 겨냥한 성격이 강해, 이미 현지생산과 기술이전을 포함한 ‘현지화 전략’을 전개해 온 국내 업체에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폴란드가 절충교역 강화를 공식화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 전략 없이는 유럽 시장 진출이 불가능한 구조라 이미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며 “다만 폴란드가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협상 환경 변화 가능성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