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민주, 김병기 탈당 압박

김병기 당적 유지, 당에 부담 '우려'
이용선, 김병기 탈당에 "그게 합당"
당 내부선 "사태 장기화 땐 악재"
혁신당도 국힘도 '민주당 압박'

입력 : 2026-01-04 오후 6:05:2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공천 헌금 수수 의혹으로 내홍을 겪는 가운데 연루자로 지목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한 탈당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선당후사'를 언급한 이후 당 내부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를 사실상 '손절'하는 분위기인데요. 당 윤리심판원의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당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DJ' 빗대 탈당 요구…당 내부선 '손절' 분위기
 
당 지도부에선 김 전 원내대표 의혹·논란에 대한 윤리심판원의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겠단 입장이지만,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 내부에선 김 전 원내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습니다.
 
당의 원로인 박지원 의원이 가장 먼저 '선당후사'를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 일을 민주당이 덮고 넘어가지는 못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은, 국회의원은 억울해도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밝혀서 다시 돌아오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에 빗대 사실상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재선의 이용선 의원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자진 탈당 필요성에 대해 "그렇게 태도를 취하는 게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선 걱정이 많다"며 "이번주가 지나면 아마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의 상황이 안 좋으니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이) 민주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지금 이 정도 사안이면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을 하지 않고선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뉴스토마토>에 "가만히 있으라더니 내보내는 수순이냐"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민주, 잇단 의혹에 위기감 '고조'…공천 의혹엔 개인 일탈 '규정'
 
김 전 원내대표는 2022년 지방선거 때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문제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요. 특히 김 전 원내대표가 과거 서울시당과 중앙당의 공관위 간사를 맡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공천 실무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의원은 "제3자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기엔 그 수준을 떠난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탈당 등 김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지도부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자진 탈당한 강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란 극약 처방과 함께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5일엔 당 지도부에서 김 전 원내대표 의혹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했습니다.
 
당 내부에선 대체로 윤리심판원에서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윤리심판원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인데요. 당의 수석사무부총장인 임호선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강제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윤리심판원에서 결과를 빨리 발표하려고 하겠지만, 이번주에 발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윤리심판원 조사와 관련해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일단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개인 일탈'로 규정했습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의혹들은) 시스템상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본다"며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한다는 것은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와 강 의원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민주당의 우군을 자처해온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 걸고 쟁취한 지방자치가 더럽혀졌다"며 민주당을 몰아세웠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김 전 원내대표, 강 의원의 녹취와 관련해 단수 공천 과정에 윗선 개입 의혹이 있다며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까지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주요 의혹만 10여개입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만나 고가의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보좌진 출신 쿠팡 임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종용했다는 의혹부터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대한항공 특혜성 의전 요구 의혹 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다수였습니다. 지역구 병원에 가족 진료 특혜 요구부터 차남의 숭실대 편입·빗썸 취업 청탁, 장남의 국정원 채용에 대한 압력 행사, 보좌진의 장남 국정원 업무 대리 수행 등입니다. 김 전 원내대표의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사용, 구의원·보좌진에 대한 배우자의 업무 지시 의혹 등이 논란이 됐습니다. 배우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김 전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당시 경찰 출신의 국민의힘 소속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3선 의원에게 청탁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최근엔 2022년 지방선거 때 김 전 원내대표가 강 의원의 공천 헌금 1억원 수수 문제를 묵인했다는 의혹과 함께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가 공천 헌금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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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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