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엔비디아와의 본격 협력도 불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독자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고,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플랫폼을 활용해 테슬라 등 선두 업체를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핵심 알고리즘은 자체 개발하되 하드웨어와 학습 플랫폼은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치맥회동'을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치킨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알파마요 적용 여부에 대해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자체 개발에 집중하며 타임라인이 다소 지연됐던 현대차가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알파마요는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방한 플랫폼으로,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검증된 알고리즘을 제공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당초 2023년부터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을 통해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차례 연기했습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페이스카를 2026년 중순까지 개발을 완료해 2028년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애초 현대차의 자율주행 개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 6년간 포티투닷에 총 2조1504억원을 투입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이 최근 사임하면서 자율주행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테슬라가 한국에 자율주행 프로그램 ‘FSD(Full Self Driving)’를 출시하고 GM의 슈퍼크루즈도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대차의 기술 격차가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셔널과 함께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사진=현대차)
특히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아키텍처인 ‘블랙웰’ 기반의 AI 팩토리 구축에 나섰습니다. 5만장 규모의 GPU를 투입해 실제 도로 주행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SDV 전환을 위한 필수 요소로, 현대차가 자율주행 기술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비야디(BYD), 니오 등 25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형 벤츠 CLA에는 알파마요가 처음 적용됐으며, 엔비디아는 2017년부터 토요타 등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 파트너십을 맺어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데다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엔비디아 플랫폼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속도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핵심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하드웨어와 플랫폼은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시장 출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는 AVP 본부장의 선임이 급선무인 것도 사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 AVP 본부장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선 갈등을 통합하고 마무리할 적임자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