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화가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과 테크·라이프 부문의 인적분할을 결정하면서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이끄는 사업군이 분리됐습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사장의 주력 사업은 ㈜한화에 남게 됐는데, 이를 두고 세 형제 간 계열 분리 작업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해석과 함께 김 부회장의 그룹 승계 구도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삼형제 (사진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14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화 이사회는 이 같은 내용의 인적분할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인적분할로 테크 및 라이프 부문의 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 신설됐는데, 이 법인에는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가 속하게 됐습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방산 및 조선·해양, 에너지, 그리고 금융 계열사는 존속 법인에 남습니다. 장남과 차남의 주력 사업은 그룹 모체인 ㈜한화에 남고 삼남이 이끄는 사업 영역만 분리되는 구조입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적분할 배경으로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꼽고 있습니다.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사업과 테크 및 라이프 사업 영역이 한데 묶여 있어 기업 저평가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이러한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군에 맞는 성장 전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이번 인적분할을 단행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조치로 세 형제 간 계열 분리에 속도가 붙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앞서 차남과 삼남의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과 맞물려 장남인 김 부회장의 승계 구도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차남인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자신들이 보유하던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 15%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화에너지의 지분율은 김 부회장 50%, 김 사장 20%, 김 부사장 10%로 변동됐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 22.15%를 보유한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입니다. 당시 지분 매각을 통해 김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면서 그룹 승계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는데, 이번 인적분할로 지주사 ㈜한화에 대한 김 부회장의 장악력까지 확대되면서 승계 구도는 장남 쪽으로 확실히 무게가 실리는 모습입니다.
한화그룹은 향후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화에너지 상장 후 ㈜한화와 합병을 통해 김 부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시나리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다만, ㈜한화는 이날 인적분할 컨퍼런스콜에서 “금융부문 추가 분할 계획과 관련해 검토하는 사항은 없다”며 “최대주주 간의 추가 계열분리나 지분 정리 및 교환 등의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차남과 삼남의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이번 인적분할까지 한화그룹이 계열 분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적어도 삼남의 계열 분리는 임박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