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른바 대한상공회의소의 ‘가짜뉴스’ 논란 이후 경제단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감한 정책 사안을 두고 재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부와 소통에 나서야 하지만 최근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다분한 까닭입니다. 여기에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단체들이 그동안 재계 전체를 대변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 목소리만 내다가 가짜뉴스 논란의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이에 경제단체들이 정교한 논리로 산업계 전반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쇄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사진=대한상의)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은 최근 일제히 정기 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각 단체는 이번 총회를 통해 올해 중점 사업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 선진화 등을 꼽으며 회원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일성을 냈습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미온적입니다. 가짜뉴스 논란 이후 경제단체의 입장 표명이 소극적으로 전환된 탓에 정작 필요한 때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까닭입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재계 전반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에 집중하다 보니 논리를 억지로 끼워 맞추다 가짜뉴스 사태가 터졌고, 이는 결국 재계의 ‘입’이 침묵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그동안 재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극히 일부 규제를 싫어하는 쪽의 궤변이나 반발을 다루는 듯한 것도 꽤 있었다”며 “굳이 꺼려할 이유가 없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통에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경제단체가 그동안 무리수를 둔 경향이 많았는데, 이번 가짜뉴스 사태가 결국 자충수가 된 것”이라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목소리가 계속 필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위축 모드가 장기간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경제단체는 가짜뉴스 사태로 훼손된 신뢰성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총회에서 “자료나 통계, 보고서의 신뢰성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며 “내부적으로 기존 시스템을 점검해 공신력을 높일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대한상의는 올해 정기 총회를 서면 결의로 갈음하는 등 정중동의 움직임 속에 쇄신안 도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에서는 대한상의가 정부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인적 쇄신을 비롯한 조직 개편 등 큰 폭의 변화가 이뤄질 것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과거 경제단체들이 여론전을 통해 기업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거나 정책을 유예시키는 활동을 해왔는데, 현재는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등 기업의 이익만 대변하기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이에 경제단체들이 인적 쇄신 등 쇄신책을 통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바꾸고, 산업계 전반을 대변하는 정교한 논리로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는 균형적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