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전운 고조…정부, 중재 전력

정부, 법 시행 3개월 ‘집중 점검 기간’ 운영
노동계 ‘투쟁’, 경영계 ‘우려’…일촉즉발 현장
“초기 혼선 불가피…정부의 현장 감독 중요”

입력 : 2026-03-04 오후 4:46:2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오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자 산업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많은 하청 노조들이 연대해 원청 상대 교섭을 예고한 만큼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법 적용의 모호성과 잦은 교섭에 따른 경영상 부담 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법 시행 첫 3개월을 집중 점검 기간으로 운영하면서 노사관계 신뢰 자산이 형성되도록 최대한 중재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는 일선 현장의 혼란과 기업의 불확실성 최소화를 목표로 현장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향후에도 정부는 새로운 제도가 혼란 없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법 시행 첫 3개월을 집중 점검 기간으로 운영하면서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입니다.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통해서는 사용자성 인정 사례를 신속히 축적·제공해 불필요한 혼선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노사정 간 소통 채널도 상시적으로 운영됩니다. 시행 이후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또한 공공부문 교섭 요구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등 법 시행 초기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제도는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써 교섭 절차와 교섭 범위를 둘러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관된 원칙과 지원으로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노사관계에서의 신뢰 자산이 형성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간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대화와 교섭을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교섭창구 최소 2개…원·하청 분리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면 사용자로 판단돼 교섭 의무가 발생합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과 해석 지침, 그리고 교섭 절차 매뉴얼 등 세 차례의 설명서를 통해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위한 단계를 안내해 온 바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왼쪽)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합니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교섭 창구 분리를 원칙으로 판단하고 원·하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 대상이 아닌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가 교섭을 신청하면 해당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합니다. 만일 다른 하청 노조가 교섭에 참여하면 하청 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직무 성격 등이 달라 교섭 창구 단일화가 어렵다며 노동위원회를 거쳐 교섭 단위 분리가 가능합니다. 만일 원청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 경우에도 하청 노조는 노동위에 시정 신청을 해 사용자성 판단을 가릴 수 있습니다.
 
투쟁 의지’ VS ‘경영부담 우려
 
노란봉투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제조업 분야 다수 하청 노조들이 연대해 원청과의 교섭 요구를 예고하는 등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하청 노조 26곳이 현대차,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 14곳에 대한 원청 교섭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역시 포스코를 상대로 35곳의 하청 노조가 연대해 원청과의 교섭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오랜 기간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인건비 절감 등 많은 이득을 얻었지만, 차별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교섭을 회피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노란봉투법에 임금이 교섭 의제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하청 노조가 임금 차별을 비롯한 문제들을 원청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우려의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세 차례 설명서에도 사용자성 판단 등 법 적용의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아 혼선이 예상되는 데다, 다수의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용자성에 대한 범위가 모호한 데다, 여러 하청 노조에게 교섭 요구를 받는 등 경영상 부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법 시행이 임박한 만큼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진보정당이 4일 한화오션의 원청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정부가 매뉴얼을 통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근로조건 외의 다른 근로조건을 노사 자율에 맡긴 점에 대해서도 경영계의 비판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기본적으로 원·하청 교섭의 의제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근로조건인지 여부의 문제이지 의무적 교섭 사항을 논하거나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원청 사용자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하청 노조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이는 하청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노동계는 원청과의 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고, 사용자들은 교섭의 편의성을 위해 이를 회피하려고 하는 데 집중돼 여전히 평행선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한동안 현장에서 혼선과 진통 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현장 감독을 잘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고, 법 취지에 맞춰 노사 역시 스스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하청 노조의 교섭이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향후 공동 교섭의 틀을 최대한 넓히는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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