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대법원이 불법 전매 신고포상금 지급은 '행정청의 재량권에 속한다'라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앞서 경기도를 상대로 '신고포상금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1·2심은 소송을 제기한 A씨의 주장을 인정, 경기도가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포상금 지급은 법령상 요건을 갖췄더라도 행정청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라면서 경기도의 거부 처분이 적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시스)
A씨는 2015년쯤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1141건을 경기도·서울시·인천시 등에 신고했습니다. 이 가운데 경기도에서 발생한 52건에 대해선 형사처벌이 확정됐습니다. A씨는 2019년쯤 경기도지사에게 위 52건에 대한 신고포상금 8500만원을 달라고 신청했지만, 경기도지사는 포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A씨는 같은 해 이 거부처분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했다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경기도지사는 A씨의 신고포상금 지급 신청을 거부하면서, △신고포상금 예산을 경기도의회에서 삭감해 신고포상금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점 △신고포상금 지급 여부는 시·도지사의 재량사항으로 예산사정 등을 고려해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해 지급할 수 있다는 법제처 법령 해석 △앞으로도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특정 1인에 대한 과도한 포상금 지급의 문제점 등을 사유로 들었습니다.
1심은 시·도지사의 신고포상금 지급은 기속재량행위(법령상 요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인 기속행위이지만 중대한 공익상 필요 등이 있으면 거부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원칙적으로 신고자의 포상금 지급 신청이 요건에 부합하면 포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주택법 시행규칙에 열거된 사유 등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2심도 1심과 결론이 같았습니다. 주택법 제92조는 분양권 등을 불법으로 전매하거나 알선하는 사람을 주무관청에 신고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주택법 제92조의 위임을 받은 주택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은 시·도지사는 신청일부터 30일 이내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지급 기준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피고는 이 시행령 조항이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주택법 제92조가 신고포상금 지급과 관련해 그 지급 기준과 절차뿐만 아니라 시·도지사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것인지까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라는 이유로 위 시행령 조항은 무효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위 시행령 조항에 따라 경기도지사는 원칙적으로 신고자의 포상금 지급 신청이 주택법령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면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2심의 결론이 잘못됐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행정행위가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는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되는 규정의 체재·형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고려해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행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지만을 심사하게 되고,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주택법 제92조, 주택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 후문은 그 내용과 취지, 개정 연혁 등에 비춰볼 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경우라면 포상금 지급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지급을 완료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주택법 제92조에 따른 포상금 제도는 시민의 자발적 감시를 통해 위반행위를 억제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일종의 유인책으로서, 이에 따른 포상금 지급 결정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수익적 행정행위(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행정행위로서 원칙적으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관련 규정들의 체제·형식과 문언, 신고포상금 제도의 목적과 성질, 주택법 제92조가 포상금의 지급 여부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주택법 제92조에 따른 포상금의 지급은 시·도지사에게 지급 여부에 관한 재량권이 부여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수익적 행정행위는 상대방에게 유리한 효과를 주는 행정행위이므로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해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합니다. 재량행위는 행정청의 재량권이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넓게 인정됩니다. 대법원도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당해 행위가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부정한 동기 등에 근거해 이루어짐으로써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만을 심사한다는 입장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