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이사 후보 지명" 미·일 벤치마킹 필요

입력 : 2026-01-22 오후 3:24:25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주추천이사제 도입을 유도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모델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두 나라에선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를 지명할 수 있게 권한을 열어뒀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주주추천이사제 등이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미·일, 사외이사 공정경쟁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금융지주를 포함한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프록시 액세스(Proxy Access)'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장기 보유 주주가 회사 측에 이사 후보를 추천해 해당 후보를 회사 공식 의결권 위임장에 포함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금융그룹들은 통상 '지분 3%를 3년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이사회 정원의 20~25%까지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발행하는 공식 위임장에 주주 추천 후보의 이름을 직접 기재하도록 해 주주 추천 인사가 사측 후보와 주주총회에서 동등하게 표결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추천이 곧 선임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 '기업 거버넌스 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가 크게 확대됐습니다. 일본 상법은 지분 1% 또는 300주 이상만 보유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금융지주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며 사측 후보와 표 대결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등 주요 금융지주들도 외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주주 의견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사회 구성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영국과 독일, 북유럽 국가들 역시 주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지침'을 통해 기관투자자와 이사회 간 상시 소통을 유도하고 있으며 독일과 스웨덴 등은 주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주추천위원회(Nomination Committee)'를 별도로 운영해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주추천이사제 도입을 유도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금융 선진국에서 정착된 주주 참여형 이사 선임 모델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사진은 한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문서를 보고 있는 주주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종심사·후보결정까지 기준 필요"
 
반면 국내 일부 금융지주는 주주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최종 선임 단계에서는 기존 사외이사 등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iM금융지주(139130)는 올해부터 '1주 이상 보유 주주'라면 누구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습니다. 그러나 최종 후보 선정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치도록 해 기존 이사회 중심의 선임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BNK금융지주(138930)에서도 주주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주주인 라이프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BNK금융 지분을 3% 이상으로 확대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는데요. BNK금융은 이달 15일 사외이사·주주 간담회를 열고 주주추천이사제를 공식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주주 추천 후보에 대한 심사 방식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추천이사제가 도입되더라도 최종 후보 선정 과정까지 제대로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주추천이사제가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 추천권 확대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방어적 조치 성격이 강하다"며 "임추위 심사 과정에서 탈락 사유와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는 한 '깜깜이 심사'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성인 전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단계부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교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반드시 거치지 않고 주주 추천 후보를 곧바로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도 가능하다"면서" 주주 추천 후보를 복수로 포함하도록 법제화한다면 표 대결에서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현행 '1주 추천권' 제도는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대표는 "1주 추천권은 사실상 물타기용 제도"라며 "추천만 받고 실제로는 경영진이 통제 가능한 이사만 선임하는 구조라면 주주추천이사제는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미국처럼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실질적인 이사 선임권을 보장해야 소수 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사회에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상법 개정안과 시너지 기대"
 
현재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1차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인 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황입니다. 2차 개정안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됩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이사 전원을 대주주가 독점해서 선임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액주주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입니다. 주주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고 이를 특정 후보자에게 집중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수 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주주 추천 인사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실질적인 이사 선임 경쟁권을 보장하고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들이 표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외이사 정원이 10명이라면 한 주당 10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주주 추천 인사가 주주총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3차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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