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이지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 자금 집행 내역을 분석해 보니까 단위농협 조합장 중 중앙회 이사들이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조합에 유리하게 예산권을 활용한 정황들이 반복적으로 제보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의 농협 특별감사에 외부 감사위원으로 참여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는 21일 서울역 인근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12월19일까지 약 한 달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같은 해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농협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반복 제기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 이후 각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하 변호사는 농협 감사에 대해 "개인의 일탈을 수습하는 국면이 아니라 농협 내부에 누적돼온 구조적 부패가 공적으로 확인된 국면"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감사는 시간적 제약이 컸고 일부 기관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도 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이번 감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중앙회 특별감사에서 외부 감사위원으로 참여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특별감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농협 감사, 끝이 아닌 이제 시작"
하 변호사는 새로 접수된 제보와 기존 감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영역을 종합할 경우 강 회장의 추가 비위 행위가 드러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농림식품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을 구성하고 26일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앞서 실시한 농식품부의 선행 특별감사의 후속 조치입니다.
농협은 농협중앙회와 전국 1100여개 단위조합이 촘촘히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인데요. 단위조합 조합장들은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도 당선 후 회장의 영향력을 좌우할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중앙회와 단위조합은 별개의 법인이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으로 끈끈이 연결된 관계입니다.
농협중앙회가 약 14조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조합상호지원자금, 이차보전자금 등)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권한을 이용해 조합장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권력 구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 변호사는 "무이자 자금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되지 않고, 이사 조합 등 특정 조합에 유리하게 작동한 정황들이 반복적으로 제보되고 있다"며 "이는 행정 착오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와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회장 체제의 예산 집행 방식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 변호사는 "비영리 조직은 예산 범위 내 집행이 원칙인데, 중앙회는 유보 예산을 따로 떼어두고 연초부터 비정상적인 구조를 운영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앙회장이나 부회장이 사실상 재량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직산금' 관행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와 유사한 방식"이라며 "필요할 경우 농식품부의 명확한 시정 명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본질을 한참 비껴갔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강호동 회장과 임원들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국민 사과, 본질 한참 비껴가"
농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발표 직후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농민신문사 회장과 농협 재단 이사장 겸직을 내려놓고, 규정을 초과해 집행된 해외 출장 숙박비 약 4000만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회장직을 포함한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꼬리자르기'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하 변호사는 강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을 건드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인사·감사·징계·자금 집행을 어떤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제시되지 않았고, 중앙회 운영 전반을 어떻게 손보겠다는 그림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강 회장의 측근 일부가 자리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서도 "이번 사과와 후속 조치에서 중앙회장의 핵심 권한 구조에는 전혀 손이 닿지 않았다"며 "겸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쇄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과도 거리가 있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강 호동 회장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지 말고, 4년 임기의 선출직 협동조합 대표가 어떻게 재계 상위 규모에 맞먹는 조직의 정점에 서 있을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회장 개인의 자제나 선의에 기대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제도적으로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장 당선 후 자금 회수 시도 반복"
그는 금권선거 유혹을 키우는 중앙회장 선거 구조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꼽았습니다. 중앙회장은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되는데, 극히 제한된 인원을 상대로 치러지는 선거 구조가 사실상 '간선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 변호사는 "현재의 선거 구조에서는 불법적으로라도 돈을 쓰고 싶은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당선 이후에는 선거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고, 선거를 도운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 줘야 한다는 압박이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배경으로 하 변호사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소시효 6개월 규정'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중앙회장 선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조항을 모를 수 없다”면서 “이미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공유된 '게임의 규칙'처럼 작동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 변호사는 "공소시효 6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파다해 선거 자금 조달, 금품 제공, 각종 청탁으로 이어지고, 당선 이후에는 인사 거래와 보은 인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공소시효 규정이 유지되는 한 선거를 둘러싼 불법과 편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중앙회장 선거 구조를 논의한다면, 이 문제는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 개혁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정보공개를 꼽았습니다. 그는 "정보공개는 모든 개혁의 전제 조건"이라며 "농협중앙회와 단위농협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여론이 형성되고 감시가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상 조합원의 정보공개 청구 요건은 100명 이상 또는 전체 조합원의 3%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현실적으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하 변호사는 "농협 회의록과 의사결정 과정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공성을 가진 협동조합이 중앙부처나 지자체보다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