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감기, 24시간 안에 대응해야 독감 안 된다

코점막 습도 높이고 차를 마셔야
민간요법의 과학적 타당함 입증

입력 : 2026-01-26 오전 9:57:59
“왜 나만 이렇게 독하게 앓는 걸까.” 똑같은 사무실에서 똑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어떤 사람은 재채기 몇 번으로 끝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며칠간 고열과 몸살로 앓아눕습니다. 흔히 ‘면역력 차이’라고 막연하게 여겨왔던 이 현상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감기의 경중을 결정짓는 것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아니라, 우리 몸 코점막 세포가 바이러스를 감지한 직후 얼마나 ‘신속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기의 심각성을 결정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성질보다는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미지=챗GPT 생성)
 
“늦어지면 ‘염증 폭풍’ 부른다”
 
지난주 세계적 학술지 <셀 프레스(Cell Press)>에 발표된 예일대 의과대학 엘렌 폭스만(Ellen Foxman)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콧속 세포들은 바이러스 침투 시 즉각적으로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방어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코 조직(organoid)을 분석한 결과, 승패는 초기 단계에서 갈렸습니다. 감염 직후 인터페론 반응이 신속하게 일어난 조직은 바이러스 증식을 초기에 차단해 별다른 손상 없이 회복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기 기운이 있다가 말았다”라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반면, 초기 대응이 지연된 코 조직에서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바이러스가 증식한 뒤에야 우리 몸은 뒤늦게 비상벨을 울리는데, 이때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다량의 점액(콧물)과 염증 물질을 쏟아냅니다. 이것이 우리가 겪는 코막힘이나 호흡 곤란, 통증 등 ‘심한 독감’의 실체입니다. 이런 증상들이 면역 반응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바오 왕(Bao Wang) 연구원은 “면역 세포가 지원군으로 도착하기 전, 코점막 세포 자체의 ‘골든타임’ 방어가 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하고, 쌍화차나 따뜻한 물을 마시라”는 오래된 민간요법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함을 시사합니다.
 
감기 방어의 핵심인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위해서는 코점막의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차가운 공기와 건조함은 코점막의 섬모 운동을 둔화시켜 바이러스 감지 및 인터페론 분비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이때 따뜻한 쌍화차나 허브차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한 수분 섭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찻잔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김을 코로 들이마시면 건조해진 점막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하고 섬모 운동을 활성화합니다. 쌍화차에 포함된 계피, 생강 등의 약재는 혈류량을 늘려 체온을 높입니다. 체온이 오르면 면역 물질의 이동 속도가 빨라져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작약이나 당귀 등의 성분은 바이러스와의 초기 전투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충해 주어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예일대 의대 연구진의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연구의 개념도.(이미지=셀 프레스)
 
코 ‘방어막’ 사수하는 수칙들
 
이번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 약보다 중요한 것은 ‘코의 컨디션 관리’라고 입을 모읍니다. 코점막이 마르면 방어막이 뚫린 것과 같습니다.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물을 자주 마셔 점막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찬 바람이 불 때는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 자신의 입김으로 코 주변을 따뜻하고 습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초기 신호에 대한 적절한 대응입니다. 목이 칼칼하거나 으슬으슬한 느낌은 몸이 바이러스와 막 싸우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무리하지 않고 즉시 휴식을 취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독한 감기’로 가는 연결고리를 끊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폭스만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감기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이러스 박멸에서 인체 방어 기전의 조기 활성화’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임삼진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