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잡기' 나선 K-패션·뷰티…플래그십 스토어 '승부수'

'많이 파는 매장'에서 '브랜드 정체성 보여주는 매장'으로 진화
핵심상권 오픈…고정비 부담에도 '체험 중심' 공간으로 리뉴얼

입력 : 2026-01-26 오후 3:21:21
올리브영N 성수 매장. (사진=올리브영 제공)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K-패션·뷰티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무신사와 코오롱스포츠, 타임, CJ올리브영, 시코르가 외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서울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명동·강남·홍대·성수를 거점으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기간 매출을 올리는 팝업 매장과 달리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열고 브랜드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체험 중심의 대형 매장을 의미합니다. 단순 판매 위주의 공간이 아닌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쇼룸 겸 마케팅 거점이 되는 매장인 만큼 화제성과 상징성이 부각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 매장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죠.
 
단순 매장 개념을 넘어 투자형 마케팅 자산으로 인식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성공하면 글로벌 인지도를 얻고 매출 동반 상승효과까지 누릴 수 있지만 실패 시 고정비 폭탄을 떠안을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패션과 뷰티 분야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매출 변동성과 상권 리스크도 큽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가진 장단점이 명확함에도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를 업계에선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자본력과 마케팅 조직 체계적으로 갖춰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방한 외국인 '필수코스' 올리브영…'글로벌 관광상권' 전략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올리브영 성수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 높은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 금액은 1조원에 달했는데요. 이는 엔데믹 전환기에 접어든 2022년 연간 실적과 비교했을 때 약 26배 커진 규모죠. 당시 전체 오프라인 매출의 2% 수준이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3년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고 작년에 처음으로 25%대를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글로벌텍스프리(GTF)에서 발생한 국내 화장품 결제 건수의 88%는 올리브영 매장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국내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10명 중 9명이 올리브영을 찾는 셈이죠.
 
올리브영 측은 선제적으로 가동한 글로벌 관광 상권 전략이 방한 외국인들의 K뷰티 쇼핑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2023년 선보인 글로벌 특화 매장인 '올리브영 명동 타운'을 리뉴얼 오픈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매장·서비스 정비에 본격적으로 공을 들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올리브영 관계자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고객에게 눈높이를 맞춘 상품·서비스·공간 등을 마련하고 외국인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권은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전략적으로 분류, 관리해 쇼핑 편의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오프라인 매장 'EQL 그로브'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키스(KITH) 서울', 해외 패션 전문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의 MZ 특화 매장 '톰지(TOMG.) 성수' 등 세 곳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입니다. 작년 11월에는 청담동 명품 거리에 타임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타임 서울'을 오픈했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타임의 플래그십 스토어 '타임 서울'. (사진=한섬 제공)
 
한섬, 외국인 매출 비중 70% 육박
 
한섬 측은 '키스 서울'의 경우 인기 한정판 제품이나 컬래버레이션 제품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고 관광객이 몰린 지난달에는 70%에 육박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섬의 럭셔리 대표 브랜드 타임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명품 거리에 방문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임 플래그십 스토어의 첫 한 달 매출은 최초 세웠던 매출 목표 대비 20% 이상 달성했는데, 눈여겨볼 점은 기존 타임 고객층보다 젊어진 고객 연령대, 높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타임 플래그십 스토어의 2030 매출 비중은 더현대 서울 타임 매장보다 1.5배 높았고, 외국인은 전체 매출 대비 2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섬 관계자는 "타임과 시스템의 경우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더현대 서울 같은 매장에 방문해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키스(KITH)나 스킴스 등 아시아 지역에는 많이 진출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 같은 경우에도 중국·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의 구매 비중이 특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외국인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표가 뚜렷한 만큼 당분간 오프라인 공간을 글로벌 마케팅 창구로 활용해 매출 실적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체험형 매장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신사는 명동에 '무신사 스토어'를 오는 30일 오픈하고, 상반기 중으로 성수동에 '무신사 킥스'와 '메가스토어'를 추가로 출점할 예정입니다. 무신사는 현재 성수·명동·홍대 등 주요 관광 상권에 총 1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들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오롱스포츠도 이달 명동에 첫 플래그십 매장인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오픈해 2주 만에 1만5000명 방문, 외국인 매출 비중 80%를 기록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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