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자고 나면 중고도 올라”…‘칩플레이션’이 바꾼 노트북 시장

갤럭시북6, 전작 대비 100만원 뛰어
중고 노트북·PC 거래 전년비 220%↑
“중고 노트북 가격 오름 2028년까지”

입력 : 2026-01-27 오후 3:35:4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예전에는 컴퓨터 가격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좌우했다면 이제는 메모리가 다 차지하는 상황이죠. 지금 머신러닝용 PC 견적 보면 최신형 그래픽카드(RTX 5090) 안 넣어도 메모리 때문에 1000만원이 그냥 넘어갑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삼성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한 조립 PC 판매점 직원은 부품값이 너무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가격 인상인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데스크톱과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튿날인 27일 차세대 AI 노트북인 갤럭시 북6 시리즈가 공식 출시된 첫날, 서울 명동의 삼성스토어에서 만난 방문객은 “작년에 200만원대면 사던 사양이 올해는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일반 PC용 메모리 가격이 수직 상승하면서 노트북 출고가가 오르자 신상품 구매에 부담을 느낀 것입니다. 실제 새해·새학기를 맞아 인파로 북적여야 할 매장은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이날 출시된 갤럭시 북6 프로의 가격은 모델별로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세부 사양에 따라 260만원에서 351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북5 프로(176만8000원~280만8000원)와 비교하면 최저가 기준 약 1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고급 사양인 갤럭시북6 울트라 모델의 경우 최고 493만원에 달합니다. LG전자의 신형 노트북인 그램 프로AI 라인 역시 전작 대비 30~50만원가량 몸값이 올랐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PC상가에 노트북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거래 가격은 지난해 3월 1.35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9.3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하며 7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5516억달러(약 795조원)로 지난해보다 13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AI 수요 증가로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6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I가 만든 반도체 대란이, 결국 소비자의 지갑 속까지 침투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의 발길은 중고 제품이나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재고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같은 조립 PC나 중고 노트북을 파는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입니다. 27일 오후만 해도 상태가 좋은 A급 중고 노트북은 매대에 올리는 족족 부리나케 팔렸습니다. 신제품과 중고 PC를 동시에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방금 A급 노트북이 하나 나갔다”며 “다 검수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중고 제품도) 사양이 나쁘지 않고, 가격 대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아 오히려 요즘엔 새 제품보다 중고 매물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다른 판매자 또한 “당근이나 다나와 같은 사이트와 비교해봐도 알겠지만 이제는 ‘나중에 오면 이 가격에 못 산다’는 걸 알고 바로 결제한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 말고 에이수스나 레노버 같이 가성비 모델이나 리퍼브(Refurbished) 제품도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곳 상인들은 입을 모아 ‘오늘 최고 가격이 내일의 최저가’라고 평가했습니다. DDR5 등 주요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매일같이 반영되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26일까지 노트북·PC 분야 거래량은 작년 1월과 비교해 220.56% 급증했습니다. 올해 1월 셋째 주(19~25일) 거래량도 작년 12월 첫째 주에 견줘 42% 늘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괜찮은 중고 매물을 일부러 내놓지 않고 숨겨두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음달이 되면 노트북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괜찮은 물건은 일부러 안 내놓고 쟁여두는 것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PC상가에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테크노마트의 한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중고 노트북도 30%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 지금 내놓을 필요가 없지 않냐”며 “불과 작년 말에 9000원 정도 하던 샌디스크 32GB 메모리만 해도 벌써 1만4000원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노트북 가격 상승세는 최소 2028년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며 “이는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챗GPT한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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