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소득에 비해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매매 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 전반에서 비용 압박이 확대되며, 서울 인구의 순유출과 가계 부채 위험까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를 통해 서울의 주택 구매 부담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8.3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4년 7.9보다 상승한 수치입니다. PIR은 가구가 연소득을 전액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전국 평균 PIR은 7.2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주택 구매 부담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셈입니다. 건정연은 이 같은 격차가 서울 주택가격 상승이 비서울 지역보다 가파르게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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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합니다. 국토교통부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서울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중간값 기준으로 13.9배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다음으로 PIR이 높은 지역은 세종(8.2배), 경기(6.9배), 대구(6.7배), 인천(6.6배)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권역별 PIR은 전년 대비 수도권이 8.5배에서 8.7배, 도 지역 3.7배에서 4배로 증가했고 광역시는 6.3배로 같았습니다. 집값 상승 압력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택가격 흐름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 말 대비 8.98% 올랐습니다. 송파구(22.52%), 성동구(18.75%), 서초구(15.26%), 강남구(14.67%), 마포구(14.22%) 등이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인 반면 비수도권은 울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08% 하락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가계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주택 구매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임대차 시장으로 부담 확산…정교한 공급 정책 필요
서울의 높은 PIR은 국제 비교에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주요 글로벌 도시 가운데 런던(8.5배)과 비슷한 수준으로, 뉴욕(6.1배), 싱가포르(5.0배), 도쿄(4.9배)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PIR 상승은 단순한 집값 문제를 넘어 인구가 경기도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외 주요 도시는 공공임대주택이나 다양한 공급 정책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서울 역시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해당 도시의 공급 정책을 살펴볼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인구 이동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순유출 흐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순유출 규모는 2025년 8월 –1815명에서 11월 –5504명으로 세 달 연속 확대됐습니다.
주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은 15.8%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경우 이 비율은 전국 평균을 상회해,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매매 시장의 부담은 임대차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 확대 지정이 이어지면서, 신규 전세 물량과 기존 전세 물량이 동시에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거래가 감소하며 전세 공급이 빠르게 위축됐다는 분석입니다.
전세 물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19일 104.7로, 전주(104.5) 대비 0.2포인트 올랐습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도는 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역시 103.64에서 103.78로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택 구매 과정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하면 자산 시장 변동성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역세권 중심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거 지원 강화 등 보다 정교한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PIR 지표만 놓고 보면 평균 소득의 무주택 가구가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라며 “소득과 자산 여력에 따라 같은 세대 안에서도 주택을 살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은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 부담으로도 이어지며, 이 같은 주거비 압박이 서울 인구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