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

시가총액 69조 시대…상위 5개사가 84% 차지
주가·실적·제도까지 대형사 중심 재편 가속

입력 : 2026-01-28 오후 5:13:43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 '오천 시대'와 코스닥 '천 시대'가 현실화되며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의 활황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거래대금 급증과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증권업 전반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그 효과는 대형 증권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증시 강세가 이어질수록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업 전체 시가총액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뚜렷하게 달라졌습니다. 2021년 말 33조원 수준이던 증권업 전체 시가총액은 2025년 말까지 41조원으로 완만한 증가에 그쳤지만 2026년 1월 들어 불과 한 달 만에 69조377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시가총액 약 28조377억원 가운데 약 26조1032억원이 대형 증권사 5곳에 집중되며, 증권업 내 자금과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날 코스피 증권주 19곳의 전체 시가총액은 69조37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006800)(13조2415억원), 한국금융지주(071050)(9조1089억원), 키움증권(039490)(7조7367억원), NH투자증권(005940)(7조5189억원), 삼성증권(016360)(6조7332억원)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시가총액은 총 58조1032억원으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의 비중은 수년간 점진적으로 확대돼왔습니다. 매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2021년 말 75.3%였던 대형사 비중은 2022년 77.8%, 2023년 77.9%, 2024년 78.1%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증시 강세가 본격화된 2025년 들어 비중 확대 속도가 빨라지며 단기간에 80% 초반대까지 올라섰습니다.
 
투자자들의 선택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2024년 말 이후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20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100%를 웃도는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일부 자사주 소각 테마 종목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주가 상승 흐름은 실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2025년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총 6조4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증권은 이미 순이익 1조84억원을 공시했으며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 역시 실적 회복 흐름은 나타나고 있지만 체력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중소형 증권사 13곳(3월 결산 신영증권 제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증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동시에 활황을 보였던 2021년(1조6154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차이는 증시 활황 국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브로커리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지만, 실질적인 수익은 이미 고객 기반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증권사로 집중됐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리테일 인프라와 자본 여력의 한계로 거래대금 증가 효과를 온전히 흡수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밀린 중소형 증권사들은 기존 수익원에서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PF 부실 사태 이후 중소형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과 위험 관리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안정성 확보를 우선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을 가르는 제도적 장벽도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종합투자계좌(IMA)는 자기자본 10조원 이상 증권사만 진출할 수 있으며, 인가를 받을 경우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합니다. 발행어음 역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만 사업이 가능해 중소형 증권사의 접근 자체가 제한돼 있습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IMA 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IMA와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대형 증권사의 레버리지 확대와 수익 다각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PF나 채권 운용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축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며 "증시가 아무리 좋아져도 브로커리지와 자본 조달 구조에서 격차가 크다 보니 대형사와 같은 성장 궤적을 그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주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