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형 핵추진잠수함(K-SSN, 이하 핵잠) 사업의 성공을 위해 국가 차원의 통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현행 방위사업법과 국가재정법은 재래식 무기체계에 최적화돼 있어,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국제 관계가 얽힌 핵잠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28일 국회 무궁화포럼이 주최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28일 국회 무궁화포럼이 주최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문근식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전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장)는 “핵잠이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의 업무가 혼재된 ‘국가 단위 총괄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컨트롤타워 없이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는 한국의 기술력이 아닌,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강력한 ‘관리 체계’의 존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특별법을 통해 △무기급이 아닌 20% 미만 농축도의 저농축우라늄(LEU) 사용 명시 △모든 핵연료의 도입·관리·폐기 국가 전담 △IAEA 안전조치 준수 의무화 등을 담아 평화적 이용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기존 방위사업법이 핵잠의 복잡성과 특수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우성 잠수함연맹 이사는 “관할 체계를 정립한 특별법을 통해 양립돼 있는 SMR과 조선 전략 산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합해야 한다”며 “SMR 관련 군사용 원자로에 대한 정의도 없고 해상 이동형 원자로 규정이 없는 기존 원자력 관련 법체계 하에서 핵잠 건조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현행법은 단기·중기 무기체계 획득 프로세스에 맞춰져 있어 원자로의 개발·운용·폐기라는 전주기 관리나 복잡한 국제 외교 및 비확산 체제 협력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설명입니다.
김두억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K방산의 호조와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지금이 특별법 제정의 적기”라며 “현행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컨트롤타워 부재’와 ‘경직된 예산 구조’를 꼽았습니다. 그는 “2013년 방산 비리 수사와 감사원 감사 이후 그 후유증으로 관련 기관들이 의사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법적 뒷받침 없이는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산 문제도 심각한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현행 단년도 예산주의(회계연도 독립의 원칙)하에서는 매년 국회 심의 결과에 따라 예산이 삭감되거나, 기술적 난관으로 공정이 지연될 경우 예산이 불용 처리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김 위원은 “10년 이상의 초장기 프로젝트를 매년 리셋되는 예산 구조에 끼워 맞추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예산의 이월을 허용하고 핵심 자재를 사전에 발주할 수 있는 특별회계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