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인상 압박 하루 만에 '협상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건데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재차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법안 처리가 신속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해결책 마련할 것"…국내선 관련 법 5건 계류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전날 밝힌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방침과 관련해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나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내용을 한국 국회가 승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관세 인하 조치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양국 간 상호관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소급 인하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발언을 뒤집으면서 당장 관세 인상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향후 변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5건 발의돼 계류 중입니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킨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심의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간 관련 법안이 숙의 과정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대미투자특별법 관련 법안 4건(김병기·안도걸·진성준·홍기원 의원안), 국민의힘에서는 1건(박성훈 의원안)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법안들에는 공통적으로 3500억달러(약 51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항이 담겼습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김병기 의원안은 한·미 전략투자공사를 설치해 전략적 투자를 총괄 기획하고, 투자 재원인 한·미 전략투자기금의 조성·운영을 맡기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아울러 사후 보고 방식으로 기금 관리·운용에 관한 사항을 연 1회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법안에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 전 한·미 전략투자공사가 국회에 보고하거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용범 "비준 불필요에 한·미 이견 없다"
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2월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현재 해당 법안들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재경위)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다만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월 첫째 주부터 대미투자특별법 심의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첫째 주와 셋째 주에 상임위를 열어 논의에 착수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대미투자특별법의 본회의 통과 시점은 이르면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여야 간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싼 이견은 큽니다.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헌법상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나 입법 사항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비준 절차가 필요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미 간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와 양해각서(MOU)가 국제법상 정식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비준을 통해 조약 형태의 강한 법적 의무가 시행되면 미국의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상조약법 13조에 따르면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하려면 국내 산업의 보완 대책,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함께 제출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해 법안 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관세 협상을 체결한 일본은 의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 실무 지침에 따르면 구속력이 없도록 설계된 문서는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난번 상임위원회에서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로서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아주 소상히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해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도 대미 투자와 관련 비준이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미 합의) 당시에 비준이 필요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국 간 아무 이견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도 MOU에 대해 비준하는 나라도 없고 이런 비준이 필요하냐 아니냐에 대해 이견이나 최근 한·미 간 일어난 일에 원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는 대미투자특별법 본회의 통과 전 사업 예비 검토 방안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