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창업·스타트업 열풍이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에도 가상자산 거래소를 방문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가상자산 산업 현장은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낙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30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오는 2월12일 2025년 4분기 및 회계연도 전체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S&P글로벌은 2025년 코인베이스의 매출이 2024년 65억6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 대비 약 12% 성장한 약 74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2024년 23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매매 중개를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파생상품, 주식 거래, 자체 결제 시스템(Pay)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매출 및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정체된 수익 구조와 입법 지연으로 활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2024년 매출은 1조7000억원으로 코인베이스와 비교하면 약 6배의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더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힙니다. 글로벌 공룡들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며 수익 다각화 및 공격적인 사업으로 영토를 넓혀 나가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단일 수익구조에 갇혀 안방 시장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산업 확장을 위한 논의보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치열한 글로벌 시장 흐름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의 근본 원인으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을 가로막고 있는 과도한 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시장 규율 체계를 완성할 기본법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 도입 주도를 은행으로 한정하려는 '은행지분 51% 룰'과 대주주 지분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려는 '대체거래소(ATS)식 지분 규제' 쟁점으로 인해 입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검토했던 '대주주 지분 15~20% 제한' 방안은 벤처 스타트업으로 자생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EU·일본·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지분율 자체를 제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특정 기업의 지분 보유를 강제로 제한하는 방식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우며 성공한 스타트업의 지배구조를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또한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 설계만이 국익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최근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제외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금융당국이 여전히 해당 조항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이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유럽(MiCA) 등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금융 관치' 틀에 갇혀 있습니다. 해외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늘려가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는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과도한 규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글로벌 거래소들은 엄청난 자본력과 서비스 유연성을 바탕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며 "격차를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스스로 발을 묶어 격차를 벌리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은행 중심의 금융 관성에서 벗어나 디지털 패권 경쟁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진흥 중심의 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