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 여부를 놓고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1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이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항소 기한인 4일을 앞두고 검찰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과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실익 부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장동 사건 1심 당시에 항소를 포기하며 겪었던 극심한 내부 갈등 사례까지 겹쳐 검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관련 발언한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마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례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기한은 오는 4일까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관건은 검찰의 항소 여부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딜레마에 빠진 형국입니다. 통상 1심에서 무죄 또는 검찰의 구형량에 못 치는 선고가 나오면 검찰은 항소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항소를 포기할 경우 1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는 셈이 되고, 1심 판결은 확정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로선 그간의 수사·기소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구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선고가 나오면 항소하고, 그 이상이 나오면 항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무죄 판결은 원칙적으로 항소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명백해질 새로운 사정이 드러났거나, 수사·기소 자체의 중대한 잘못이 확인됐을 때에 한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검사 출신들 사이에서는 항소 포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항소를 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바로 공소시효 문제 때문입니다. 검찰은 과거 대장동 1심 사건에서도 같은 이유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재판부와 검찰의 판단이 엇갈린 핵심 지점은 '재산상 이익'의 특정 방식입니다. 옛 부패방지법 제7조의2는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처벌하는데,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이 얻은 210억 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그 결과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간업자가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가 걸리게 됩니다. 민간업자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위례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건 2013년 12월입니다. 검찰이 재판부의 판단을 수용해 항소심에서 재산상 이익을 사업자 지위로 공소장 변경한다고 해도, 2020년 12월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면소'(판결 없이 소송 종결) 판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엔 지난해 10월 대장동 1심 항소 포기 당시 겪었던 내홍의 학습효과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에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에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 수뇌부는 "항소에 실익이 없다"며 항소를 포기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당시 수사팀을 중심으로 집단 항명 사태가 일어났고, 일선 검사들이 공동 성명을 내며 항의를 하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뇌부가 사표를 던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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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인사에서 당시 항명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한 만큼, 이번에는 조직적인 반발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당시 항소를 강력히 주장했던 차장들과 일선 검사들이 인사에서 배제된 것을 모두가 지켜봤다"며 "이번에는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예전 같은 항명 사태가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