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입점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오용했다는 의혹에 빠진 쿠팡이, 중소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혐의로 손해배상 소송을 치르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에서 다른 중소기업 대표가 기술 탈취 문제를 호소해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비슷한 사건으로 송사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됩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법정에서 쟁점이 된 기술은 휴대폰 케이스의 접합부 특허입니다. 원고는 쿠팡과 다른 법인 및 개인을 피고로 지목했으나, 쿠팡 측은 자사가 제조가 아닌 유통사라는 점을 들어 특허 침해 책임에서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원고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민후, 쿠팡 측 대리는 태평양이 맡고 있습니다. 민후 측 김경환 대표변호사(변리사)는 "해당 상품은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판매한 제품"이라며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특허 침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쿠팡은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관련 매출이 누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쿠팡이 제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침해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직매입을 통해 판매를 지속한 것은 고의적 권리 침해"라고 했습니다.
이는 쿠팡이 직접 제조하지 않았더라도, 침해 제품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유통망을 제공하고 판매 수익을 챙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유통사로서 제조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침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자 했으나, 원고가 침해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당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 민사사건의 청구금액(소가)은 10억원대(쿠팡은 2000만원)입니다. 소장은 2022년 말 법원에 접수됐으나, 송달 절차가 길어져 재판 변론은 2024년 6월경에야 시작됐습니다. 이후에도 변론기일 사이 서류 제출 기간이 길었고 지난달에야 판결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변론이 다시 재개됐습니다.
원고가 기술적 권리를 주장하는 청구항(발명의 핵심을 정의한 법적 문구)은 5개인데, 피고 측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가 청구항 중 일부인데, 발명의 완성도는 모든 항이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추후 변론에서 피고는 “해당 특허가 무효 사유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기초한 청구는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항변을 보강할 예정입니다.
원고는 현재 개인회생절차를 밟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했습니다. 다만, 회생절차에서 원고가 가진 손해배상 청구권(채권)을 회생법원에 신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후는 비슷한 휴대폰 케이스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발명한 휴대폰 케이스를 침해한 제품을 피고가 마치 자신의 발명인 것처럼 특허로 등록하고 생산, 판매함으로써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의 특허를 무권리자 출원(타인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자신의 명의로 특허를 낸 행위)으로 보고, 정당한 권리자인 원고의 특허 효력을 피고의 출원 시점으로 소급 적용해 손해배상 범위를 넓게 인정했습니다. 이는 대형 플랫폼이나 유통사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먼저 가로채 등록하더라도, 기술의 진정한 주인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선례로 작용합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데이터 오남용 의혹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따른 공정 경쟁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쿠팡 납품 중소기업 대표는 “저희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피땀으로 만들어놓은 쿠팡의 인기 상품을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판매했다”며 “중국 등 해외 공장에 찾아가 저희 제품을 보여주며 쿠팡 PB로 공급하라고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다만, 당초 민후 측은 실무적인 착오로 소송 관련 제품을 PB로 언급했으나, 확인 결과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판매한 상품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