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피지컬AI)① '물리적 지능' 갖춘 로봇…공장에서 안방까지

2028년 HMGMA 투입 및 3만 대 양산 시동
단순 반복 넘어 인간 의도 파악하는 피지컬 AI '팽창'

입력 : 2026-02-0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4일 16: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용 영역까지 아우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새로운 산업 지형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AI를 탑재한 로봇이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기 직전인 지금, 우리 사회가 과연 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노동과 기술,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진화가 디지털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물리적 실체(Body)를 갖춘 ‘피지컬 AI’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생성형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인간의 근육과 관절을 닮은 로봇이 실제 물리적 노동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현대차(005380)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필두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누가 피지컬AI 시장에서 승기를 가장 먼저 잡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피지컬AI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실험실 ‘구경거리’에서 산업현장 ‘동료’가 된 로봇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인공은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기존의 아틀라스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유압식 구동 방식을 채택했다면, 이번에 공개된 ‘전동식 아틀라스’는 양산성과 정밀 제어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를 갖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성이다. 전동식 아틀라스는 복잡한 배선과 액추에이터의 한계를 벗어난 전동 관절을 통해 360도에 가까운 관절 회전이 가능하다. 이른바 ‘슈퍼 휴먼모션(Super-human Motion)’이라 명명된 이 동작은 아틀라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허리와 어깨를 자유자재로 돌려 협소한 공간에서 부품을 피킹하거나 장애물을 피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아틀라스에는 이른바 ‘대규모 행동 모델(LBM)’이 탑재됐다. 이는 텍스트를 처리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념을 로봇의 물리적 행동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기존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명령어에만 의존했다면, LBM을 탑재한 아틀라스는 시각 및 촉각 센서를 통해 수집된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실시간 상황에 맞는 최적의 동작 시퀀스를 스스로 결정한다. 즉,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성’이 극대화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단순 전시용 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생산 현장의 핵심 인력으로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했다. 그 첫 번째 무대는 미국 조지아주의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HMGMA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투입 초기에는 부품 서열 작업이나 피킹 등 안전성과 품질검증이 용이한 공정부터 적용되며, 2030년 이후에는 중량물 작업이나 정밀도가 요구되는 고난도 조립 공정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올해부터 내년 사이 미국 현지에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구축하고 기술검증(PoC)과 맵 기반 학습을 선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양산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수준의 아틀라스 양산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그룹의 2030년 글로벌 차량 판매 목표인 980만대와 연동된 수치로, 로봇이 자동차 제조의 보조도구를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V 제조)’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피지컬AI는 산업 현장을 넘어 우리네 거실까지 파고들고 있다. LG전자(066570)는 CES 2026에서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실현할 가사전용 로봇 ‘LG 클로이-D’를 최초 공개했다.
 
클로이-D는 인간의 양팔 역할을 하는 듀얼 암(Dual Arm)과 정교한 다섯 손가락 관절을 갖추고 있어, 그동안 기계가 수행하기 어려웠던 세탁물 정리나 부엌 보조와 같은 가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집 안 구조를 스스로 학습하고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관찰해 다음 작업을 예측하는 ‘상황 인지형’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클로이-D를 냉장고, 오븐, 세탁기 등 스마트 가전과 연동해 전체 가사업무를 자동화하는 가정 내 ‘AI 에이전트’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기술력과 양산력 격돌하는 피지컬AI 시장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그리고 피규어AI 삼각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각 기업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앞세워 양산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 연말부터 전용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해 연간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미 텍사스 기가팩토리 등 주요 생산기지에 1000대 이상의 3세대 옵티머스를 배치해 실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제조원가를 2만달러 수준까지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트업인 피규어AI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완성차기업(OEM)인 BMW와 손을 잡고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 ‘Figure 1’ 로봇을 투입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로봇 스타트업의 유연한 기술력과 글로벌 OEM의 생산능력(CAPA)가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독보적인 로보틱스 원천 기술과 현대차라는 거대 양산 공장을 동시에 보유했다는 ‘수직통합’ 역량에 있다. 테슬라가 양산 속도와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면, 현대차는 고난도 동작 구현의 정밀도, 생산현장에서의 내구성 및 안전성 등 기술신뢰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범용 휴머노이드 도입에 따른 경제성(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효과)을 두고 치열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자동화 설비는 초기 투자비(CAPEX)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공정이 변경될 때마다 하드웨어를 재배치하거나 새로 구축해야 하는 막대한 재배치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초기 단가가 5만달러에서 많게는 25만달러 수준으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공정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범용성을 갖는다. 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에서 5~7년 단위의 총소유비용(TCO)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인간 노동력이나 고정식 자동화 설비보다 경제적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주요 로봇시장 분석기관 등에 따르면 휴머노이드를 이용한 물류 창고 자동화 사례는 이 같은 가설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들 기관이 내놓은 보고서 등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투입 이후 처리량이 25% 증가하고 인건비가 35% 절감되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특화 공정에서는 도입 1년 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 등이 발표한 관련 로봇산업 리포트 등에 따르면 피지컬AI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40억 4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2035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942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생산가능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가 피지컬AI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라며 "특히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위험한 공정이나 작업, 활동 등에서 피지컬AI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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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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