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제명' 사태 이후 빗발친 사퇴 요구에 당 대표와 국회의원직을 내건 '전 당원 투표'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특히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반대 세력을 향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다시 요구해야 재신임 투표를 수용하겠다"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간 공개적으로 장 대표 퇴진을 요구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요구한 의원·단체장 정치적 책임져야"
장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원들이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거나 재신임을 못 받으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국회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온 지 사흘 만에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이어 "정치적 입장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최고위원회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당 대표 개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당 대표의 사퇴나 재신임 결정할 수 있는 건 당원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과 친한계 의원들을 겨냥해 '정치적 생명'을 건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이들은 앞서 공식 석상에서 장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장 대표는 "(재신임·사퇴를) 요구한 의원과 단체장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내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당대표 재신임·사퇴를 요구한다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실망'이라고 즉각 응수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날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국민이 의원직을 줬고 시장직을 줬다"며 "그 자리를 걸고 당 노선 변화를 요구해라. 이건 공직에 대한 장 대표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친한계도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은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책임 회피의 연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시 공개적으로 장 대표 퇴진을 주장했던 소장파 김용태 의원도 "장 대표가 길을 잃은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반면 당권파는 '정면돌파'라며 치켜세우는 분위기입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사퇴를) 요구하는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자기 자리를 걸어야 한다"며 "비겁하게 자리는 지키며 뒤에서 손가락질만 하는 정치꾼들이 뭐라고 변명할지 기대된다"고 썼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한계 '솎아 내기' 앞세워 압박
당 내부 기강 잡기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정기 당무감사 결과 하위 평가를 받은 당협위원장 37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초 교체 논의까지 나왔지만 지방선거 이후 재평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왔다"면서 "구체적으로 부족한 부분, 점수산정기준 등 당무감사 결과를 공지하고 지방선거에 기여할 것을 주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친한계 솎아내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마저 제명 수순을 밟는 만큼 지방선거 전 원외의 잡음 제거를 위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 민주주의를 그만 망가뜨리고 당장 사퇴하라"며 "내일까지 국회의원, 단체장 혹은 누구든 사퇴 원하면 말하라는데 그 시한을 왜 장 대표가 정하나. 그럴 권한을 누가 부여했나"라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