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만들고 즐기는 HBM…반도체도 ‘덕질 시대’

딱딱한 제조사 대신 친근한 브랜드로
SK하이닉스 HBM스낵, 35만개 팔려
맥주 주는 삼성·레고 만든 한미반도체

입력 : 2026-02-06 오후 2:38:43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전통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산업이던 반도체 기업들이 ‘팬덤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비롯해 이색 협업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타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어나는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진 만큼, 딱딱한 제조업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와이드 TC 본더'를 모티브로 한 옥스포드 블럭. (사진=백아란 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후공정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는 최근 네이버 스토어 내에 공식 굿즈 스토어를 개설하고, 한미반도체 정체성을 반영한 다이어리, 후드티, 머그컵, 핸드크림, 모자 등을 판매하고 나섰습니다.
 
굿즈 라인업에는 팝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와 협업을 통해 제작된 시작 예술작품(아트워크)이 적용됐으며,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와이드 TC 본더’를 모티브로 한 TC본더 모양의 옥스포드 블럭 굿즈도 포함됐습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B2B 기업 이미지를 넘어, 브랜드 가치를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며 “실제 장비의 특징을 반영한 블록은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서의 기술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상징적 아이템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캐릭터인 하빔이와 에이전트 660(왼쪽부터).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경우 상표권까지 출원하며 본격적인 브랜드 확장에 나섰습니다. 특허청 키프리스(KIPRIS)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하빔이(HABIMI) △하임스 본딩(HYEMS-BONDING) △AGENT(에이전트)660 등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의인화한 캐릭터에 대한 상표권을 접수하고 등록 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빔이는 최신형 HBM칩을 탑재한 휴머노이드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술 설명이나 기업 소식을 전달할 때는 ‘에이전트 660 하임스 본딩’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반도체 기술이 대중에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입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작년 11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반도체 콘셉트의 스낵 제품인 ‘허니바나나맛 HBM 칩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칩을 본뜬 사각형 형태로 제작된 스낵은 출시 9일만에 첫 물량 10개를 완판시킨데 이어 지난달까지 판매량 35만개를 돌파했습니다.
 
레고 블럭으로 만든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내 근무자와 삼성전자 맥주.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평택1라인을 520대1 크기로 축소한 레고 모형으로 스톱 애니메이션(‘FAB on the Block : 클린룸의 비밀’)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30년 1위’를 기념해 방진복을 입은 직원 모습을 형상화한 ‘삼성맥주’를 제작한 데 이어 가정의 달을 맞아 반도체 팹 레고를 임직원에 한정해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해외 반도체기업들도 굿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노광장비 제조사 ASML도 최근 핵심 장비를 본뜬 레고를 선보였으며 엔비디아는 자사 로고가 박힌 텀블러와 모자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굿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생각보다 잘 팔린다”며 “반도체는 기술 중심 산업이지만, MZ세대의 팬층을 확보하는 것도 중장기적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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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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