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채용 밝힌 10대그룹…변수 적잖아 속내 ‘복잡’

삼전 1.2만·SK 8500명 등 채용
상법 추진에 희망퇴직도 잇달아
대통령·총수 잦은 만남 피로감도

입력 : 2026-02-05 오후 3:10:3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이 올해 총 5만1600여 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용 시장에 온기가 맴돌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복잡한 기류가 읽힙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부응해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약 5% 늘린 ‘역대급’ 수치를 내놨지만,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과 같은 대내외 변수와 실적 양극화 속에 채용 문을 넓혀야 하는 까닭입니다.
 
지난 4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참석한 기업총수들이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 정기선 HD현대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10개 기업은 올해 당초 계획보다 6500명이 더 많은 5만1600명을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채용 인원 중 66%인 3만4200명은 신입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만2000명으로 가장 많은 채용 계획을 내놨고 현대차(1만명), SK(8500명), 한화(5780명), 포스코(3300명), LG(3000명 이상) 순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번 채용 확대는 정부의 채용장려 정책에 발맞춘 일환입니다. 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청년 일자리·지방투자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초 계획 대비 65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영업 실적이 많이 올라가고 있어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계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에다 상법 개정,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까지 대내외 변수들이 적잖은 상황인 탓입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채용 규모를 늘리기로 했지만, 경영 환경이 워낙 나빠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자동차 관세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4679억원으로 전년대비 19.5% 줄었고, LG전자는 TV 사업 적자 전환에 연간 영업이익(2조4784억원)이 27.5% 쪼그라들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건설 부문의 일회성 손실과 이차전지소재 시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5.9% 감소했으며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등 롯데지주의 주요 계열사도 각각 영업적자와 영업이익 감소(-30%)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AI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한 전통 제조, 유통 계열사의 경우 실적부진으로 인해 신규 채용 여력이 저하한 것입니다.
 
신규 채용 공고 이면에는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오는 1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은 태양광 사업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한화큐셀은 향후 인력 효율화를 통해 핵심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재계 순위 17위인 HMM도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인력재편에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이에 앞서 LG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LG전자와 유플러스, 생활건강 등 계열사 전방위에 걸쳐 희망퇴직이 단행됐으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희망퇴직 등을 통해 몸집을 줄였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총수들과의 잦은 만남에 따른 피로감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8개월간 12차례에 걸쳐 회동을 가지며 청년고용을 비롯해 지방투자, 대미투자와 같은 숙제를 던지고 있어섭니다. 기업 한 관계자는 “총수들을 불러 놓고 요구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화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진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입장에서 어떤 게 필요할지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백아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