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K자형 양극화'…올해 더 깊어진다

지표상 소비심리 회복했지만…K자 양극화 현상
전문가 "전형적 선진국 형태…내수 회복은 아직"
유통기업, 프리미엄과 가성비 시장 확대 동시에

입력 : 2026-02-19 오후 5:01:22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이혜지 수습기자] 12·3 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가속화한 소비심리 위축이 최근 안정화 궤도에 들어섰지만, 계층·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K자형' 소비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소비심리는 살아났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영향으로 소비자 체감 경기가 엇갈리는 겁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K자형' 소비 양극화 현상이 확대하면서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가 소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강화와 가격 민감 소비층을 겨냥한 초저가 전략이 동시에 강화되는 이중 구조가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계엄 후 꽁꽁 언 소비…해동됐지만 양극화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지표가 기준선(100)을 상회한 점을 보면 경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CCSI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인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최근 소비심리는 2024년 말 비상계엄 이후 크게 위축된 데 비하면 상당 폭 개선된 수준입니다. 당해 12월 CCSI는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한 88.2까지 급락했습니다. 정치적 충격으로 떨어진 소비심리는 2025년 △1월(91.2) △2월 95.2 △3월 93.4 △4월 93.8을 기록하며 기준선을 계속 밑돌았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시 소비심리 악화가 성장 둔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9%)에서 1.6~1.7% 수준으로 낮춰 제시하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무역 여건 악화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은 "소비·투자 위축이 내수 축소 압력으로 작용해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고 평했습니다. 
 
소비심리가 기준선을 회복한 시점은 2025년 5월(101.8)로, 보궐선거를 앞둔 시기와 맞물립니다. 이는 소비심리가 단순한 경기지표를 넘어 정치적 안정 기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소비지표 회복에도 현장에서는 업종과 계층에 따라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실제 백화점과 명품숍은 매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패션·가전·생활용품과 식음료 매장은 객단가 하락과 할인 의존도가 커지는 흐름입니다. 같은 상품군에서도 소비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프리미엄 구매하고, 반대의 경우 소비를 축소하거나 초저가 상품으로 쏠리는 현상도 함께 나타납니다.
 
유통업계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가성비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를 'K자형 소비' 고착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K형 소비는 전형적인 선진국 소비"라며 "명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유통가는 프리미엄과 가성비 시장의 양극화보다는, 산업 카테고리별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명품 시장은 사실 관광객이 이끄는 것이고 실제 우리 소비는 아직 다 살아나지 못했다"며 "앞으로 애매한 브랜드는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투트랙 전략 펴는 기업들
 
기업들은 전략적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통가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대하고 VIP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PB브랜드와 묶음·대용량 상품 확대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부각하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품목을 별도 전용관으로 구성·전략적 배치하거나, 고급 자체 브랜드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인천에 프리미엄 패션 홀을 새로 열었고, 현대백화점은 스위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온러닝' 국내 첫 독립 매장을 열었습니다. 
 
일상 용품을 프리미엄화하는 전략을 펴는 곳도 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프리미엄 주방용품을 단독 출시하고,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건강·환경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 프리미엄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가성비 상품 반응은 더 뜨겁습니다. 대표적인 가성비 브랜드인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가성비 시장 성장세에 무신사 뷰티는 지난 5일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하면서 초저가·가성비 제품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기보다는 상·하단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라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확산되지 않는 분위기에 따라 위 20% 고객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과 가격 민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초저가 전략이 동시에 필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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