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톱티어 비자' 대상·혜택 늘린다…법무부·과기부, '교수·연구진' 영입 맞손

정부, R&D 경쟁력 확보 사활…해외 우수 연구인력 영입 본격화
2030년까지 우수 인재 350명 유치 목표…'까다로운 요건' 지적도
학계선 비자 확대 환영…"세계는 고급 인재 공격적으로 유치 중"

입력 : 2026-0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첨단산업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도입한 '톱티어(Top-Tier) 비자' 발급 대상이 과학기술 연구 분야 교수와 연구 인력까지 확대됩니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우수 인재에 대한 추가 정착·연구 지원 등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입니다. 저출산과 이공계 인재 유출 심화 속에서 연구개발(R&D)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우수 인력 영입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2일 <뉴스토마토>가 법무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와 과기정통부는 톱티어 비자(F-2-T) 발급 대상을 과학기술 연구 분야 교수·연구 인력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톱티어 비자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 해외 고급 인재 유치를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도입됐습니다. 세계 100대 대학 석·박사, 500대 기업 3년 이상 근무 등의 요건을 갖추고 국내 첨단산업 분야에서 종사할 해외 인력에 대해선 10년간 근로소득세 50% 감면, 빠른 영주권 전환, 가족 동반 취업 등의 파격적 혜택이 제공됩니다. 
 
톱티어 비자 발급 대상 범위를 확대키로 한 건 최근 국내 R&D 인재의 해외 유출 등으로 인력을 시급하게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로 유출된 이공계 학생은 △2021년 2만8000명 △2022년 3만2000명 △2023년 2만9000명 수준으로 증가세입니다. 또 지난해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대 교수 56명이 해외로 이직했습니다. 
 
차별화된 혜택 제공…'요건 까다로워'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톱티어 비자는 기존 비자와 비교해 파격적인 정주 혜택이 특징입니다.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 초청'만 가능한 기존 비자 제도와 달리, 배우자의 자유로운 취업이 허용되고 부모와 가사보조인 초청도 가능합니다. 전자적 방식의 원스톱 민원 처리와 최대 5년 체류 기간 부여, 공항 출입국 우대 등도 제공됩니다. 일반적으로 제한되는 외국인 가사보조인 초청을 허용한 점은 최고급 인재 유치를 위한 차별화된 혜택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톱티어 비자는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톱티어 비자 발급 대상은 △세계 100위권 이내 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500대 글로벌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배 수준인 연소득 약 1억5000만원 이상 소득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약 10개월 만인 올해 2월 기준으로 첨단산업 분야에서 톱티어 비자를 발급받은 인원은 20명입니다. 애초 법무부는 톱티어 비자를 통해 2030년까지 총 350명의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목표 인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겁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톱티어 비자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대해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는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해당 제도는 최우수 인재를 위한 비자 제도이고, 요건을 낮추면 그에 준하는 다른 비자 제도는 이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법무부와 과기정통부는 연구·정착 지원 등 추가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에 활용될 국내 개발 큐브위성 모습. K-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멀티칩 모듈(K-RAD-SS)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칩(K-RAD-SK)이 나란히 탑재된다. 정부는 반도체·AI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NASA 제공, 연합뉴스) 
 
학계는 '환영'…적극 인재 확보 전략 필요해
 
학계에서는 이번 톱티어 비자 확대 움직임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해외 연구 인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보다 적극적인 인재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든 필요한 해외 인력 유입은 공격적으로 하고 있고, (해외 사례로는) 중국이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AI 관련된 인재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어느 나라든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상황"이라고 제도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해외 연구 인력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육·연구 환경 등 전반적인 사회적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박수용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는 사실 지금 해외 우수 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비율이 (예전보다) 낮아지는 경향도 있어서 (영입) 확대는 필요하다"면서도 "우수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정착할 여러 사회적 여건이 잘 되어 있느냐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 재학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은 "어차피 국내에서만 경쟁하는 시대가 지났고 결국 국제무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외국인 교수들이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은 분야별로 연구비가 굉장히 많이 감축됐다. 우리나라 우수 인력들이 해외 박사후연구원(포닥)을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인재를 잡고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교수들을 많이 대우해 줘서 (한국으로) 데려오면 우리나라 경쟁력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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