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회의에서 2기 집권 후 첫 국정연설에 나섭니다. 그러나 연설을 앞둔 정치·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전략이었던 전면적 관세정책이 법적 근거를 상실한 셈입니다. 여기에 경제지표는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고 여론도 악화 흐름입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국정연설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 주변에 보안 펜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60% 국정 부정 평가…관세 반대 64%
국정연설을 앞두고 22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입소스 공동 여론조사(2월 12~17일 미국 성인 2589명 대상, 오차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9%, 부정 평가는 60%에 달했습니다. 특히 47%는 "강하게 반대한다"고 응답, 단순한 불만을 넘어 고착화된 반감이 상당함을 보여줬습니다.
경제·통상 분야 세부 항목에서는 더욱 엄격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64%가 반대했고, 찬성은 34%에 그쳤습니다. 경제 전반 운영에 대한 평가는 찬성 41%, 반대 57%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물가 대응에 대한 평가는 32%만이 긍정적으로 답해 가장 낮은 지표를 기록했습니다.
또 "경제가 취임 이후 개선됐느냐"는 질문에는 48%가 "악화됐다"고 답했고, "개선됐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 방식에 대한 우려도 확대됐습니다. 응답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넘어섰다"고 답했으며 56%는 "미국인의 권리와 자유 보호에 헌신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62%는 "대통령직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의견이 거의 고정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지율이 급락하기보다는 반대층이 구조적으로 굳어져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AP통신> 역시 "성장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우울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신뢰지수는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강하게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1년 전 63%에서 48%로 하락했습니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도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러한 여론 지형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강경 통상 기조를 강화할 경우 무당층의 추가 이탈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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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성장률 1.4%로 급감…관세 부담 94% 미국 몫 분석 ‘직격탄’
경제 펀더멘털 역시 부담 요인입니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4% 성장에 그쳤습니다. 직전 분기 4.4%에서 급감한 수치이며 연간 성장률도 2.2%로 둔화됐습니다. <AP>는 "6주간의 정부 셧다운과 소비 둔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한쪽 다리에 의존한 경제"라고 표현하며 "겉으로는 황금처럼 보이지만 표면 아래는 납덩이"라고 직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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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명적인 변수는 관세 효과에 대한 실증 분석입니다. 이달 중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관세 인상분의 94%를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평균 관세율은 2.6%에서 13%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온 "관세는 외국이 낸다"는 메시지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연구진은 외국 수출업체의 가격 인하 전가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대통령은 의회를 무시하고 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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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행정부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는 <ABC> 인터뷰에서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법적 수단은 바뀔 수 있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 글로벌 관세를 재부과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026년 세수 전망은 변함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법적 후퇴, 정책적 강행'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대법원 판결을 행정부와 사법부 간 권한 충돌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무역 전쟁을 정치적 결집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으로 읽힙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모든 것은 허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틀 전에는 10%, 내일은 20%가 될지도 모른다. 이건 광기"라며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와 베선트가 이끈 경제를 두고 "덤 앤드 더머(멍청이와 더 멍청이)"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대법원 제동, 지지율 39%, GDP 둔화, 관세 부담 논란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사법부 제동 이후 첫 대국민 메시지인 만큼, 기존 관세정책을 재확인하거나 새로운 통상 구상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로이터>는 "판결이 트럼프의 지렛대를 제한하지만 무역 불확실성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국정연설이 정책 강행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전략 수정의 분기점이 될지는 연설 메시지의 톤과 방향에 달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