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텍사스 패배…'중간선거' 빨간불

공화당 텃밭서 잇단 이변…하원 다수당 지위도 위태
변수는 사상 최대 자금전… 트럼프 정치자금 '3억달러↑'

입력 : 2026-02-02 오후 3:53:38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텍사스에서 치러진 잇단 보궐선거 결과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안정적 텃밭’으로 여겨지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앞세운 '현금 방패'로 방어전을 펼치는 양상입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치러진 잇단 보궐선거 결과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기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텍사스 보궐선거가 던진 '경고음'…중간선거 '시험대'
 
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치러진 텍사스 주의회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테일러 레메트가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제쳤습니다. 해당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7%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던 곳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을 텍사스 안팎에서 뒤흔든 이변”이라며 “트럼프가 크게 이겼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휴스턴 기반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을 추가하며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는 더욱 불안정해졌습니다. 같은 날 치러진 텍사스주 18선거구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당선됐습니다. 총 435석인 하원의 경우 메네피 의원이 취임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차가 기존 5석에서 4석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의 승리로 하원에서 공화당의 근소한 다수 우위가 더 줄어들었다"며 "이로 인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이탈표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공화당의 하원 장악력이 한층 위태로워졌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보궐선거 흐름은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우연한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정치에서 보궐선거는 본선거보다 투표율과 관심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그만큼 유권자들의 불만과 분위기가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보궐선거 결과를 중간선거 민심을 미리 보여주는 '조기 신호'로 해석해온 이유입니다. 제이슨 빌랄바 전 텍사스 공화당 주 의원은 "이번 결과는 상원 다수당과 이미 박빙인 하원 다수당 유지를 기대하는 공화당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표심 변화가 텍사스뿐 아니라 향후 전국 선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텍사스 결과가 공화당에 대한 '경종'"이라며 "보수 성향 지역에서도 민주당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궐선거의 의미는 단순한 의석수 변화에만 있지 않습니다. 낮은 투표율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일수록 국정에 대한 불만이 증폭돼 표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텍사스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공화당 텃밭까지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흔들리는 여론 속 '현금 방패'…트럼프의 레임덕 방어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흐름을 정치적 영향력 약화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지율 반등이나 메시지 조정 대신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최근 공개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와 그의 우군이 총 3억750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측근들이 운영하는 슈퍼팩에 대해 "트럼프의 슈퍼팩은 올해 초 기준 3억400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다"며 "미국 내 어떤 정치 단체보다 많은 현금 보유액"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금이 "중간선거의 재정적 와일드카드이자,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지출 주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가 이 돈을 실제로 쓰지 않더라도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정 공화당 후보를 밀어주거나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쓰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를 향한 압박 수단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폴리티코>도 "이는 2026년을 앞두고 있는 어떤 정치인(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로 역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금을 올해 중간선거 또는 향후 선거 구도를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보유한 자금은 9500만달러로, 트럼프 연계 조직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당 중심의 선거 구조가 약화되고, 개인 권력 중심의 정치가 강화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11월 중간선거는 정책과 이슈의 대결인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정치자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입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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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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