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불씨는 남았고 바람은 거세다

한국경제호의 '복합 고비'
내수·비제조업 체력에 통상 압박까지
제조업도 안심할 단계 아닌데 '관세 복병'
트럼프, 전형적 '거래식 협상' 일환
"정부만의 몫아냐…민·관·정 원팀 절실"

입력 : 2026-01-29 오후 4:14:03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회복의 불씨를 지키는 동시에 외풍에 대응하는 냉정한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2026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는 자리에서 어느 경제학자가 개략적으로 내뱉었지만, 한국 경제호의 '복합 고비'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 경제는 두 개의 시험대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수와 비제조업의 체력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라는 내부 과제이며 다른 하나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하는 외부 과제입니다. 
 
새해 한국 경제는 수출 호조의 기회와 내수 침체·통상 압박이라는 위기가 교차하는 복합적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을 보면,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던 체감경기 회복의 흐름이 꺼지지 않았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입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 제조업들의 선방과 달리 내수와 비제조업의 부진이 기업 심리를 다시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리스크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회복 국면을 말하기보단 방향을 재확인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있는 모양새입니다.
 
1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0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숫자 자체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이어지던 상승 흐름이 멈췄다는 점에선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기준치 100을 여전히 밑도는 상황에서 체감경기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락의 중심은 비제조업 부진입니다. 연말 특수와 수주 집중 효과가 사라지면서 비제조업 심리는 한 달 새 급격히 식었습니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 연말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 자금 사정과 채산성이 동시에 악화된 점이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비제조업의 자금 사정과 채산성 악화는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이는 곧 내수 경기 전반의 냉각으로 이어집니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제조업도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생산·신규 수주는 늘었으나 환율 부담·원자재 가격 상승을 경영 애로로 꼽는 기업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 개선이라는 긍정적 신호 뒤로 비용 리스크 그늘이 동시에 드리워진 형국입니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과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문제는 '관세 25% 인상' 대외 변수까지 가중되면서 기업 심리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25% 인상 발언이 전형적인 '거래식 협상'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상 발언 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나 관세를 압박과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반복적입니다.
 
실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입법 승인 전까지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습니다. 우리 측 정부 당국자는 '합의의 이행을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일축했지만 대미 투자 이행을 둘러싼 국내 입법 절차와 미국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단까지 맞물리면서 서두르기에도, 시간을 끌기에도 부담스러운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회복의 불씨를 지키는 동시에 외풍에 대비하는 냉정한 관리 능력'은 이재명 정부만의 몫이 아닙니다. 민·관·정이 원팀이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관세 위협의 빌미가 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있어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임시국회 내 처리를 서둘러야 합니다. 동시에 수출 제조업의 온기가 내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세밀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병행해야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1% 초중반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단기 요인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세 발언 하나에 모든 산업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수출 호조 하나로 내수의 체력이 회복되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체력을 관리하는 장거리 주행에 가깝습니다. 2026년 한국 경제의 본질적 과제는 결국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외풍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충격을 흡수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는 내성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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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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