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고금리 그늘에서 커진 사모대출…유동성 위기 '신호탄'

미국 사모대출 환매 중단, 안정적 대체투자 신화 균열
LP 크레딧 쏠림 가속…인수금융 레버리지 리스크 부상

입력 : 2026-02-2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4일 17: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미국 대형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글로벌 크레딧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유동성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그동안 안정적 대체투자 수단으로 여겨졌던 사모대출 구조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그동안 유동성이 풍부한 대체투자 상품으로 인식되던 사모대출 구조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사진=금융감독원)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인 블루아울캐피탈이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면서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별 펀드의 유동성 관리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신호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모대출을 핵심 축으로 키워온 블랙스톤과 아레스매니지먼트 주가가 이틀 새 10% 안팎 하락했다.
 
블루아울은 미국 내 중견·중소기업 대상 직접대출에 투자하는 비상장 크레딧 펀드를 운용해 왔다. 해당 펀드는 분기별로 일정 한도 내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였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현금화 수요가 급증했고, 환매 요청 규모가 사전에 설정된 분기 한도를 초과한 것이 화근이 됐다. 장기 대출 자산에 단기 환매 구조를 결합한 '유동성 미스매치'가 본질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모대출은 기업에 수년간 자금을 빌려주고 만기까지 보유하는 장기 투자 형태로 이뤄진다. 집행 이후에는 중간 매각이 쉽지 않고, 회수 역시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 본질적으로 비유동 자산에 가깝다. 그러나 블루아울은 분기·연 단위 환매를 허용해 오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환매 요청이 급증했고, 유동성 리스크가 내재된 사모대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국민연금공단(사진=국민연금)
  
국민연금, 사모대출 북미 투자 비중 30.7%…영향은?
 
이 같은 글로벌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은 오히려 크레딧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전통적인 바이아웃 펀드의 회수 지연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기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모대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몇 년간 투자 포트폴리오 내 사모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포트폴리오 현황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기준 대체투자 규모는 228.6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15.9%를 차지한다. 2020년 90.7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10.9%던 대체투자 규모가 5년 새 5%p 증가했다.
 
대체투자는 크게 사모투자, 부동산, 인프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모투자 규모는 2020년 33.4조원에서 2025년 103.4조원으로 5년 간 약 세 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31.3조원에서 66.6조원, 인프라는 26조원에서 58.6조원으로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 면에서는 사모투자가 두드러진다. 
 
특히 2024년부터 사모대출 투자팀을 가동했고,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크레딧·부실자산 펀드 부문을 신설하고 최대 3500억원까지 출자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의 사모신용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군인공제회도 2024년 처음으로 크레딧 분야에 출자했고,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관련 부문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다만 국내 사모크레딧 시장은 아직 기관 중심 구조이고, 분기·월 단위 환매를 허용하는 준유동 상품 비중이 높지 않아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모 크레딧 시장은 국내에선 아직 태동 단계"라며 "국내 크레딧 투자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인수금융, 선순위 기반 메자닌 등으로 상대적 안정성이 큰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어 미국 블루아울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미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변수다. 국민연금의 사모대출 관련 투자 가운데 북미 비중은 30.7%로, 유럽 19.1%, 아시아 6.6%를 크게 웃돈다. 북미 경기 사이클 악화가 심화될 경우 간접적인 성과 변동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IB토마토>에 "투자 자산과 관련한 답변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현황 중 사모대출 비중 추이 (자료=국민연금공단)
 
LP 자금 크레딧으로 이동…감독 공백 우려
 
최근 기관투자자(LP) 사이에서 사모대출·크레딧 전략은 변동성이 큰 전통 자산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아웃·성장형 사모펀드(PE) 투자는 회수 시점 지연과 거래 위축으로 분배금 창출 속도가 둔화된 반면, 크레딧은 정기적 이자 수익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관 LP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 대비 현금흐름 창출이 빠른 크레딧 자산으로의 자금 배분 전환 논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고금리 환경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상승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금리 비용 부담이 늘어났지만, 사모대출은 보통 기업의 신용 프리미엄을 반영해 스프레드가 형성된 구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모 채권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크레딧본부(스틱크레딧)는 지난해 11월 1호 블라인드 펀드를 4300억원 규모로 최종 결성했고, 글랜우드크레딧은 지난해 4월 6000억원 규모의 첫 블라인드펀드를 마무리지었다. IMM크레딧앤솔루션도 당초 5000억원의 펀드레이징을 목표로 삼았지만 LP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총 953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다만 국내 GP들의 운용 트랙레코드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사모대출은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규율을 받지만, 은행 대출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 공백 논란도 잠재돼 있다. 인수금융 내 사모크레딧 비중이 확대될수록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와 정보 공시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차환 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금리 환경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인수금융의 차환 부담이 커질 경우, 일부 중위험 차주의 조달 비용 상승과 구조조정 압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주요 GP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수금융에서 사모대출이 은행권 공백을 메우며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향후 규제가 강화된다면  담보인정비율(LTV) 하향이나 재무약정 강화 등 언더라이팅이 보수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레딧 시장에선 메자닌·후순위 비중이 높은 구조보다는 선순위 중심의 방어적 포지셔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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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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