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 불리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다음 사법개혁 법안 처리 대상에 올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옥상옥'에 올라 위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원안대로 처리하겠단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어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밀어붙인다는 계획입니다.
사실상 4심제 땐…헌재, 대법원 '옥상옥'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재판소원 관련해 당론대로 처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소원 허용법은 이날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이 처리된 직후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해 법안은 27일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입니다.
재판소원 허용법에 따르면 대법원 선고까지 확정된 재판이라도 헌재로부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즉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판소원 가능 사유는 △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경우 △재판이 적법 절차를 어긴 경우 △그 외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입니다. 청구 기한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안입니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리면 해당 재판은 취소되고, 법원은 다시 재판을 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사실상 4심제의 허용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소원을 원칙적으론 금지합니다. 헌재가 위헌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법원의 재판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사실상 법원만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셈입니다.
개정이 이뤄지면 헌재가 최종심인 대법원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법원 재판 절차나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법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소원에 대해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한다"라고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뒤집기 위한 꼼수로 바라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재판소원 허용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이 대통령 재판 뒤집기를 위해 헌재를 이재명 재판소로 만들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밖에도 소송 비용이 늘어 오히려 권력층의 재판 지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민주당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 기본권 구제를 위해 재판소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송 당사자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줌으로써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편이 된다는 것입니다. 헌재도 법원의 재판과 보충적·예외적 권리 구제 절차임을 강조하며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헌법에 대한 해석권은 조희대 대법원에 있는 게 아니라 헌재에 있다"라며 "헌재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증원에…'사법부 장악' 논란
사법개혁 3법의 마지막 퍼즐은 대법관 증원법입니다. 현행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총 14명입니다. 여기에 법 개정 2년 후부터 3년간 4명씩 늘려 총 26명의 대법관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입니다.
대법원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라는 게 민주당 설명입니다. 현 체제에서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은 한 해 5만6000건에 달하는 상고심 사건을 처리합니다. 대다수 사건은 심리도 열리지 않은 채 기각되는데요. 이에 상고심 제도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대법관 증원이 채택된 것입니다.
앞선 두 개 법안보다 그나마 이견이 적지만 민주당의 법원 장악 초석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재명정권에서 대법관만 22명이 새로 임명됩니다. 늘어난 12명과 더불어 이 대통령 임기 내 10명의 대법관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입니다. 문제는 한 정권에서 과반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판결의 신뢰성을 위해 고려되던 성향이나 출신 지역 등의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여권에 유리한 판례가 쌓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과 법조계, 학계의 반대를 모두 무시하고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파괴를 강행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3심에서 유죄 취지 확정 판결이 나온 공직선거법 위반은 대법관 증원법을 통해 대법원에서 1차 뒤집기를 시도, 여의치 않으면 헌법소원으로 헌재에 가서 두 번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취지"라고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사법개혁 법안을 여당이 일방 처리하는 일련의 모습은 정권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 초조한 것 같다"라며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허용 등으로 사법부 내 민주당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