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직선제 ‘기로’…농협 회장 선거제 놓고 국회 갑론을박

입력 : 2026-03-05 오후 2:09:51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기자] 정부가 농협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도 갈림길에 섰습니다. 중앙회장에 집중된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려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2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으로 민주적 참여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조합장 투표제를 시행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습니다.
 
'조합장 투표제' 5년만에 수술대
 
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한 민관 합동 '농협개혁추진단'은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포함한 개혁안의 윤곽을 다음달 중 마련할 예정입니다. 현재 조합장 투표제를 유지하면서 금품선거 등에 대한 통제 장치를 보완하는 방안과 조합원 직선제 도입안,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하는 '이사회 호선제' 도입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는 오랫동안 금품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간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 의혹과 선거 개입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선거제도 개편 요구도 이어져왔습니다. 정부 역시 농협 개혁 논의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거제도 개선을 꼽고 있습니다. 
 
현재 농협중앙회 회장은 전국 조합장 1100여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선출됩니다. 정부 임명제이던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1988년 민선으로 전환됐습니다. 이때부터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돼 2007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2009년부터 대의원 간선제 방식으로 바뀌었다가 2021년 다시 조합장 직선제로 전환됐습니다. 지난 2024년 1월 당선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첫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부 내에서 논의되는 안건을 보면 중앙회장 선거 방식 자체를 크게 바꾸기보다는 내부 견제와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금품 제공과 조직 동원 등의 문제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입니다. 현재 조합장 투표제를 재시행한 지 5년 남짓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농협 조합원이 200여만명에 이르는 만큼 완전 직선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음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오는 2028년 1월 예정돼 있습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조합원 직선제가 상징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편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며 "조합원 직선제에 대한 효과 분석과 의견 수렴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현 체제 유지냐 부분개선이냐 
 
정치권에서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현재의 농협중앙회장과 단위조합장 선거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지만, 구체적인 입법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연임 제한이 없어 사실상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비상임 조합장에 대해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2회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농협의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일원화한 것이 골자입니다. 조합원이 직접 조합장을 선출함으로써 조합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그간 대의원 간선제하에서 발생했던 금권 선거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입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 특별감사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정부가 도출하는 농협 개혁 방안을 먼저 지켜보고 논의하자는 분위기"라며 "기존 중앙회장 선거제도와 문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으나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 단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와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사실상 간선제인 조합장 투표 방식으로는 중앙회 권력이 특정 집단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선거제도 개선은 농협 개혁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며 "'그들만의 리그'를 조합원의 참여로 전환하는 것, 정책선거를 제도적로 유도하는 것, 금품선거의 유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조합원의 참여가 보장되는 중앙회장 선거로의 개혁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중앙회장 선거제도를 단계적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중앙회장 선거에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해 금품선거를 줄이고 정책 경쟁 구조로 바꾸고, 장기적으로는 시도연합회 체계를 정비한 뒤 중앙회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하는 '이사회 호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농협 회장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정부의 농협개혁추진단과 농협 자체 개혁위원회의 대안이 나온 뒤에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금품선거를 차단할 제도적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조합원 직선제 등 보다 근본적인 선거 구조 개편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본다"면서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농협의 권력 구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린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전국 조합장과 대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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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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