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다음달부터 장기 미사용 휴면 회선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강화합니다. 요금을 납부 중인 회선이라도 실제 사용 이력이 없다면 직권해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통신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3G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서비스 종료를 위한 가입자 털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다음달 6일부터 이용정지나 일시정지 상태가 아닌 정상 회선 중 10개월 이상 음성 수·발신, 문자 발신, 데이터 사용 등 실제 사용 이력이 없는 회선을 대상으로 직권 이용정지를 시행합니다. 이후 2개월간 사용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 해지됩니다. 해지는 이용정지 기간을 합해 12개월 이상 장기 미사용 회선에 한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기존에는 요금 미납이나 본인이 신청한 일시정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때만 직권해지가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말 2015년 3월31일 이전 일시정지 회선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용정지나 일시정지 상태가 아닌 회선 가운데 이력이 없는 회선으로 관리 범위를 넓혔습니다. SK텔레콤은 "미사용 유심을 이용한 통신 범죄 예방을 위해 진행되는 조치"라며 "통신 범죄 예방과 함께 회선 가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고객 보호, 효율적인 번호 자원 관리 등을 목적으로 약관을 개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약관 개정은 공익적 명분에 따라 추진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3G 서비스의 완만한 퇴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의 재할당을 결정했습니다. 서비스의 연속성, 이용자 보호, 국가적 자원관리의 효율성 측면을 따진 결과입니다. 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5G·6G로 자원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3G망 유지에 드는 전력과 비용 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3G 이용자 수와 트래픽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휴대폰 3G 회선 수는 37만565개입니다. 이 중 SK텔레콤은 지난해 직권해지 단행 이후 한 달 사이 3G 가입자가 8만7000명 급감하며 15만853회선에 그쳤습니다.
KT(030200)는 6만8175회선, 알뜰폰(MVNO)이 15만1537회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회선만 따지면 전체 회선 가운데 0.6% 수준으로 3G 이용자 비중이 낮아졌습니다. 월 단위 트래픽도 3G는 20TB로 5G(132만TB)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다만 카드결제기, 원격검침기 등 3G망을 쓰는 일부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할 경우 3G 가입자 비중은 1%를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입자 비중 1%는 정부가 주파수 종료를 기준으로 삼는 주요 잣대 중 하나입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재할당을 받으면 사업자들은 정부에 재할당 대가를 내야 하는데, 가입자가 적을수록 이 비용을 깎거나 망 유지비를 줄일 명분이 생긴다"며 "언젠가 맞이할 3G 종료를 위해 미리 유령 가입자를 걸러내 출구 전략을 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G와 LTE 서비스 설명.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2G 종료 당시 SK텔레콤이 3개월 미사용 시 직권해지라는 강수를 둔 것과 비슷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당시 2019년 SK텔레콤은 수차례 문자와 우편으로 안내한 후 이용정지를 진행했고, 한 달 이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고객 동의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약관을 자진 삭제했습니다. 이에 이번에는 해지 3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3회 이상 사유를 통보하고, 이 기간 내 고객이 해제 요청을 하면 해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해지의 기준 기간을 확대하고, 고지 의무와 유예기간도 확대하는 등 불공정 약관을 피하려는 방어 장치를 마련한 셈입니다.
SK텔레콤의 약관 변경으로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기간과 맞물려 가입자를 최소화하려는 이통사의 움직임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3G 종료와 관련해 인위적인 강제 종료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입자 비중이 충분히 낮아지고 이용자 보호 대책이 완벽히 마련돼야 승인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