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미디어 구조 개편, 이제는 산업의 시간

입력 : 2026-03-13 오전 6:00:00
공영 미디어의 소유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신문의 지배구조 변화에 이어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기업 지분이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공영 미디어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영 언론의 지배구조 변화가 갑작스러운 흐름은 아니다. 서울신문은 과거 정부 출자 언론으로 출발했지만 2002년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확대를 계기로 지배구조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민간자본이 유입됐고, 2019년에는 호반건설이 포스코가 보유했던 지분을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이후 지분 구조 변화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민간 중심의 경영 구조가 형성됐다.
 
YTN 역시 유사 흐름 속에서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졌다. 2022년 정부가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공기업이 보유한 비핵심 자산 매각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한국마사회와 한전KDN이 보유한 YTN 지분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 이후 2023년 경쟁 입찰을 통해 유진이엔티가 경쟁 후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지분을 인수했다. 매각에 참여했던 공기업 내부에서도 시장가격 대비 높은 수준의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공영 언론의 소유 구조 개편 논의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정책 과제다. 서울신문은 문재인정부에서, YTN은 윤석열정부에서 각각 구조 변화가 이뤄졌지만 그 뿌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영화 흐름을 지켜본 전직 고위 관료는 "공영 언론 구조 개편 논의는 특정 정권에서 갑자기 등장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국가에서 정부가 보도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는 구조가 바람직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영 언론 구조 개편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여러 정부에서 정책 옵션으로 검토돼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정치적 공방 속에서 소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수 주체를 둘러싼 특혜 논란과 정파적 해석이 반복되면서 정책 논의의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공영 미디어 구조 개편을 단순한 정치 이슈로만 바라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산업적 시각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 환경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방송사와 제작 생태계는 투자 재원이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광고 시장은 축소되고 제작비는 상승하면서 기존 방송 중심 산업 구조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과 민영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에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공영미디어 구조 개편 논의 역시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침체된 방송·미디어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정책 논의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미디어 정책 역시 시대 변화 속에서 진화해야 한다. 공영미디어의 역할과 소유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는 사이 산업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의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기준으로 정책을 바라보는 일이다. 공영 미디어 구조 개편 논의는 산업의 시간 속에서 평가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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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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