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며 한국 자동차 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카드로 조지아 현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가동되면서, 301조 압박 속에서도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관세를 둘러싼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MGMA가 핵심 대응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차)
USTR은 최근 한국·중국·일본 등 16개국을 겨냥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자동차·부품·철강 등 분야에서의 과잉생산과 대미 무역흑자가 주된 이유로 꼽혔습니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가능케 하는 조항으로,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중국산 제품에 광범위하게 활용된 바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현행 15%의 자동차 관세가 유지되거나 최대 25%까지 재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로 예고한 자동차 분야 추가 관세까지 현실화할 경우, 한국산 수입 차량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 판매 물량 가운데 수입 비중은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HMGMA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전체 판매량의 40~60% 수준에 그치고 있어,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특히 고가 모델 위주로 구성된 수입 라인업 특성상,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될 경우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일본이나 독일 브랜드 등 경쟁사들에 비해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차는 HMGMA에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생산을 본격화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기아 차종과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HMGMA의 연간 생산 목표를 현재 30만 대에서 50만 대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라인업까지 현지 생산 체제에 편입시킴으로써, 수요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을 개최한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지 생산 거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앨라배마 공장(HMMA)과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 HMGMA까지 더하면 미국 내 총 생산 능력은 연간 100만~120만 대 규모에 달하게 됩니다. 301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현지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 직격탄을 피할 수 있고, 물류비 절감과 가격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판매 물량의 80%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현지화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관세 리스크가 오히려 현대차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301조 조사가 추가 관세 폭탄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조사 개시부터 최종 결과 도출은 잠정 7월에 나오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당장의 직접적 충격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심리 위축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안방에서 직접 만드는 HMGMA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관세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는 대신 현지 생산으로 우회하는 전략이, 불확실성이 높은 통상 환경 속에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지켜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HMGMA 준공식 당시 관세와 관련해 “결국 현지화할 수밖에 없어 그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며 “미국에서 170만대를 팔고 있는데 그중 절반을 여기서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