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이 개막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와 연쇄 회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시장의 ‘거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라팹’ 착공 계획을 밝히면서 업계 지형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부터)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호프집 ‘99치킨’에서 회동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TC 2026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CEO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GTC에 참석할 예정이며, 젠슨 황 CEO와의 회동도 거론됩니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른바 ‘치맥 회동’을 가진 이후 약 한 달 만의 재회가 됩니다.
반면 이 회장은 수 CEO와 만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수 CEO가 18일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이 회장과 회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수 CEO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도 만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AMD의 수장이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HBM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일각에서는 수 CEO의 방한 일정이 GTC 기간과 겹치는 점을 두고,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되는 흐름을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최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을 통해 파트너십을 재확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HBM3E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강화하며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나서는 등 공급망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리사 수 AMD CEO(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네 기업의 분주한 움직임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전략적 제휴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기업 간 네트워크는 향후 기술 표준 선정 등에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네트워크 빌딩을 통해 영향력과 기술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 CEO가 ‘테라팹’의 준비에 나서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머스크 CEO는 X(구 트위터)에 “테라팹 프로젝트가 7일 이내에 시작된다”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공장은 생산 규모에 따라 구분되며, 일례로 ‘기가팹’은 월 10만장 이상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의미합니다. 테라팹의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가팹을 넘어서는 초대형 생산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머스크 CEO의 반도체 산업 진출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팹 건설과 기술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가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경쟁자로 떠오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가속에 따른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머스크 CEO의 테라팹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전부 아우를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에 파장이 클 것”이라며 “이런 천문학적인 투자나 CEO들의 회동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AI 경쟁 때문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