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 '그린워싱' 논란…기관별 검증·공시 체계 제각각

LNG 포함 논란…녹색금융 분류 기준 도마
K-택소노미 '권고' 한계 기관별 기준 제각각
집행 내역 공개 미흡…검증 공시 체계 부재

입력 : 2026-03-17 오후 4:48:20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정부가 기후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무엇을 '녹색'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기준과 검증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들이 녹색채권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등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적인 사업까지 실적으로 포함되고, 기관별로 적용 기준과 공개 방식도 달라 외부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NG까지 녹색금융 포함…전환활동 금융 분류 논쟁
 
금융위원회는 2월25일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분류 기준과 검증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규모 확대가 먼저 제시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논란의 핵심은 탄소 집약 산업의 전환금융을 녹색금융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있습니다. 전환금융은 철강·시멘트·운송·에너지 등 탄소 집약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를 지원하는 금융을 의미합니다.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EU택소노미)는 저탄소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전환적 활동을 기후변화 완화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며, LNG도 온실가스 배출 성과, 저탄소 기술 개발 저해 금지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녹색경제활동과 함께 '전환활동'을 포함해 LNG 기반 에너지 생산 등 탄소 집약 산업의 전환 과정을 일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 기반 전환 활동까지 분류 체계에 포함되며, 녹색과 전환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로 산업은행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LNG도 녹색채권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 김종대 SDG연구소장은 “전환 활동을 분류 체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개념적으로 타당하면서도 금융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K-택소노미 '권고'에 그쳐…기관마다 다른 녹색금융 기준
 
이 같은 혼선의 근본 원인은 K-택소노미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기준에 머물면서 기관별로 해석과 적용 방식이 달라진 데 있습니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 가능한 보전 △순환경제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 목표를 기준으로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기관이 이를 어떻게 해석·적용하는지에 대한 공시 기준이나 검증 체계는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기관들은 정책 목적이나 투자자 특성에 따라 여러 분류 기준을 함께 참고하기도 합니다. 산은은 K-택소노미를 기준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반면, 수출입은행은 국제투자자를 겨냥해 EU택소노미 등 국제 기준을 참고합니다. 기관마다 적용 기준과 공시 범위가 달라 실제 녹색금융 자금의 사용처를 외부에서 일관되게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김 소장은 "K-택소노미를 법규처럼 강제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보편적으로 타당한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행 실적도 불투명…검증·공시 체계 미흡
 
기준의 불명확성은 집행 실적의 불투명성으로 이어집니다. <뉴스토마토>가 산은·기업은행·수은에 녹색금융 세부 내역을 문의한 결과 공개 범위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수은은 지난해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약 8억6000만달러라고 밝혔지만, 해당 자금이 어떤 사업에 배정됐는지는 "제3자 검증을 거쳐 4월 공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은 관계자는 "2024년에 발행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 모두 사회적 채권에 해당해 해당 연도 녹색채권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발행분의 녹색채권 포함 여부는 "관련 보고서가 아직 작성되지 않아 현시점에서 확인이 어렵고 외부 공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은 관계자 역시 "녹색채권 자금이 배분되는 사업 종목과 규모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관별로 공개 범위와 관리 수준이 달라 녹색금융 집행 실적을 외부에서 비교·검증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보증기관들도 별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별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기술보증기금은 K-택소노미 적합성 평가 시스템(KTAS)을 활용해 우대보증을 운영하고 있고, 신용보증기금은 K-택소노미 기반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G-ABS) 발행 등 별도의 녹색금융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기준과 관리 방식이 달라 녹색금융 실적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녹색금융 우선순위로…"명확한 예산 배정 필요"
 
금융위는 2024~2025년간 총 134조원의 기후금융이 공급돼 목표 대비 133.6%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업별 탄소 감축량을 측정·집계하고 공개하는 통합 평가 체계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양적 목표는 초과 달성했지만 탄소를 어떻게 줄였는지 검증할 기준이 없는 셈입니다. 
 
서재익 한국ESG위원회 상임회장은 "탄소 감축 기여도가 미미한데도 '녹색'으로 포장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으로 시장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며 "K-택소노미에 측정 보고 검증 체계를 의무화해 제3자 검증으로 탄소 감축 효과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녹색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 배정과 분류 기준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안재환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교수는 "녹색금융 예산을 명확히 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ESG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정책인 만큼 우선순위에 두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회장도 "전환금융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LNG는 명확한 감축 로드맵을 충족할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며 "ESG 공시 의무화로 투자자들이 탄소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시범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K-택소노미 개편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기준이 또 바뀔 경우 시장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관 통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월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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