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했던 핵심 임원을 인사부로 전보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상반기 중 미국 발령을 앞둔 이동이지만, 일부에서는 성과 부진에 따른 책임을 물어 실무 권한을 회수한 '문책성 대기 발령'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지난 2023년 영입 이래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사업본부를 이끌어온 천광혁 전무는 이미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보직이 변경, 현재까지 별도 직무 없이 인사부 소속 전무로 자리를 옮긴 상태입니다. 그는 비자 발급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상반기 중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나, 현지에서 맡게 될 구체적인 법인이나 직책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경직된 조직 운영으로 실무진과의 불화, 인력 이탈 문제가 불거진 측면도 있다"며 "연말 인사 당시 대기 발령을 받은 뒤 현재까지 인사부 소속으로 머물게 된 것 자체가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사업본부는 2022년 당시 정일문 대표 직속으로 신설된 조직으로, 2024년 해외 사업 확대 기조에 맞춰 글로벌사업그룹으로 격상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내세우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던 김성환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 일성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김성환 대표는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삼정 훌리한로키와 골드만삭스 아시아특수상황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천 전무는 진로, 대한통운,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구조조정과 미국·홍콩 금융 시장에서의 글로벌 협업 경험을 보유, 2023년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사업본부 총괄 임원으로 영입됐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부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지난해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 2조13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습니다. 해외법인 기여도는 2023년 9.9%에서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수익 비중 30%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입니다. 특히 천 전무의 주요 무대로 꼽히는 홍콩 법인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넘게 급감했습니다.
조직 내부의 인력 이탈도 인사 명분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해당 조직 내 글로벌영업·사업지원부에선 대리·차장·부장급과 전문 인력 8명이 연이어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조직 안정성과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다만 사측은 문책성 전보 해석을 일축하며, 천 전무가 글로벌 사업을 계속 수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천 전무는 이번 JP모건운용과의 업무협약(MOU)에서도 큰 역할을 했고, 해외 업무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작년 말 정기 인사로 단행된 것으로, 문책성 조치였다면 천 전무가 현재처럼 해외 업무를 활발히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지난해 해외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조직 내 인력이 크게 이탈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강창주 전무를 글로벌사업본부 신임 본부장으로 선임하며 수장 교체를 완료했습니다. 강 전무는 모회사
한국금융지주(071050)에서 해외 전략을 총괄해 온 전문가로, UBS 싱가포르 법인에서 아시아퍼시픽(APAC) 기관투자가 영업을 담당하며 글로벌 헤지펀드와 대체투자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물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