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코 뒤에…어김없이 '유가 쇼크'

트럼프, 미 증시 개장 직전 "이란 공격 5일간 유예"
글로벌 금융시장 급반전…유가 '뚝 ↓'·증시 '쑥 ↑'
유가 불안 결정적 배경…금융시장 충격 고려 조치

입력 : 2026-03-24 오후 4:57:0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48시간 최후통첩을 스스로 뒤엎고, 돌연 5일간 군사 공격 연기를 선언한 배경에는 '유가 불안'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후통첩 시한 하루를 앞두고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20달러 육박 수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미국의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채권값 폭락과 시장 패닉은 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 충격을 우려해 또다시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한마디에…유가·환율·증시 '널뛰기'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미·이란 간 전면전 확전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전일과 다르게 일제히 반등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보다 631포인트(1.38%) 오른 4만6208.47에 마감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4.52포인트(1.15%) 상승한 6581.00에, 나스닥 지수도 299.15포인트(1.38%) 뛴 2만1946.76에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안정세를 찾았습니다. 전날 장중 배럴당 114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10.9% 떨어진 99.9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8.13달러로 전일보다 10.3% 하락했습니다. 
 
한국 금융시장 역시 급반전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1517.3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22.1원 내린 1495.2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지수도 148.17포인트(2.74%) 오른 5553.9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전장 대비 6.49% 급락하며 5400선까지 후퇴했던 장세와는 정반대 흐름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당초 이란을 향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으나, 시한을 불과 12시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증시 개장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적대행위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해결을 위해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군사 공격을 5일간 보류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며 이를 즉각 부인했습니다.
 
증시 시계에 맞춘 '타코'…"금융시장 개·폐장과 연관"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 배경으로 원유 시장 불안을 꼽습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받을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엔 대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 전쟁의 전 세계적 여파로 지난달 말 이후 석유와 가스 가격이 5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지난 1973년과 1979년의 '오일쇼크'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 불가능한 유가 상승에 타코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그는 불과 2주 전에도 "전쟁은 거의 끝났다"는 발언으로 주가 급등과 유가 하락을 불러일으켰다가 번복한 바 있습니다. 실제 지난 9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10일째 진행되고 있던 전쟁에 대해 "거의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고,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마감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행사에서 "우리는 충분히 승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놔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타코' 행보로 진단하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전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동기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발표는 종종 금융시장의 개장 및 폐장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에 이미 '타코'라는 매매 전략이 존재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도 "트럼프의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직전 주식 및 원유 선물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보도하며 시장이 트럼프의 행보를 예측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계열의 <마켓워치>는 "이번 발표는 금융시장에 쌓이는 압박에 대한 트럼프의 극심한 민감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레이크사이드 파크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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