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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그간 보유해온 해외 기술기업 지분을 대거 정리하며 투자 기조 전환에 나섰다. 음성 인공지능(AI)과 커넥티비티 등 주요 투자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이 확인되면서, 2013년 이후 이어온 외부 유망 기업 중심의 공격적 투자 전략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사업과의 연계성이 낮은 자산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축 중심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건 모습이다. AI 반도체 호황 기조 속에서 기존 분산형 기술 투자 구조를 벗어나 핵심 사업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인수·합병(M&A)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삼성전자)
해외 기술 투자 대거 정리…AI·플랫폼 중심 포트폴리오 축소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음성 인공지능, AI 반도체, IoT 플랫폼 등 다양한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지분을 잇따라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투자 지분을 보유했던 해외 스타트업까지 사실상 전량 처분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수 추진까지 검토했던 미국 음성인식 AI 업체 사운드하운드 지분(0.9%) 전량 처분했다. 당초 회사는 사운드하운드와의 협력을 통해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등과 경쟁하며 디스플레이 기반 AI 서비스 확대를 모색했으나, 사업 연계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음성 AI 분야는 내부에서 투자 우선순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리서치에서도 과거 활발히 진행됐던 음성 인식 연구는 최근 조직 기능이 축소되고 관련 비중도 줄어든 상태다.
삼성전자 내부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음성 인식 성능을 고도화하는 영역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있어 별도로 음성 기술에 투자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지난 2019년 투자했던 미국 커넥티비티 업체 파세토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5.1% 지분이 전량 감소하며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파세토는 5G,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적용되는 데이터 전송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2019년 67억원을 투자한 이후 이례적으로 1년 만인 2020년 58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진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여러 기기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이후 확대해 온 '생태계형 투자 전략'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음성 AI와 차량용 플랫폼, IoT 등 다양한 기술 영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사업 옵션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들 투자 자산이 실제 사업과 연결되는 수준이 제한적이라는 내부 평가가 반영되면서 정리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전자가 그동안 유지해온 옵션형 기술 투자 전략을 접고 핵심 사업 중심의 직접 투자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향후에는 투자보다는 인수 중심의 빅딜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직접 투자·M&A 전환 가능성은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외부 기업 투자를 본격 확대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른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부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망 스타트업에 선제 투자해 신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1~10% 수준의 소수 지분 투자를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해당 방식의 효율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스타트업 기반 투자보다는 자체 경쟁력 강화 또는 빅테크와의 전략적 제휴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투자 방향은 지분 투자보다는 직접 인수합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로봇, 전장, 바이오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영역에서는 이미 전략적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확대를 위한 M&A 검토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은 <IB토마토>에 “해외 지분 투자 정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며 “추가 지분 확보나 개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43조 601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을 앞두고 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