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공실이 빠르게 늘어난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건축물을 활용해 공급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국토교통부는 ‘상가·업무시설 용도 변경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도심 내 유휴 상업시설을 활용해 단기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최근 심화하는 주택 공급 부족과 도심 공동화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풀이됩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의 구조적 불안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지식산업센터는 분양 대금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공실 증가와 분양 지연, 잔금 미납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동시에 감소하는 등 시장 위축이 뚜렷해졌고,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절반을 넘는 수준까지 치솟은 사례도 확인됩니다. 상가 역시 비대면 소비 확산과 경기 둔화 영향으로 공실이 누적되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활용도가 떨어진 상업시설을 주거로 전환할 경우 공실 문제와 주택 공급 부족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규 택지 개발이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계획 수립부터 입주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면 구조 변경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공급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층고가 높고 기둥식 구조가 많아 내부 공간 재구성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으로, 복층형 주거 공간이나 1인 가구 중심의 소형 주택으로 전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역세권 공실 지산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향후 수년간 의미 있는 수준의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사진=뉴스토마토)
이와 같은 ‘컨버전’ 전략은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피스 공실 증가에 대응해 기존 건물을 주거시설이나 호텔 등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금융 지원 등을 통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도심 내 주거 인구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건축 규제와 용도 변경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고, 건물 소유 구조가 복잡해 동일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용·구분 소유 문제 산적…세제·금융 지원 병행돼야
현실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업무시설을 주거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방과 욕실 설치를 위한 배관 공사, 방수 설계 보강, 난방 설비 구축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새로 갖춰야 합니다. 여기에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구조 보강과 주차장 확보, 복도 폭, 소방 기준 등 다양한 건축 요건까지 맞춰야 합니다. 이러한 공정이 누적될 경우 공사비가 크게 증가해 사업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건물의 소유 구조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는 다수의 소유자가 각각 호실을 보유하는 구분소유 형태가 일반적이어서, 건물 전체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면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일부 호실만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나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유사 정책에서도 설계 기준 충돌과 이해관계 문제로 전환이 제한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제도적 보완 없이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다른 변수는 수요 측면입니다. 기존 상업시설을 개조한 주거 상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선택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입지와 생활 인프라, 주거 선호도 등을 고려할 때 일반 아파트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분양 형태보다는 공공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공실로 방치된 상가를 활용하는 접근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주택 공급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오피스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데, 공사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세제와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해법이 부족하다”며 “공공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 분양 형태로는 시장 선호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상가와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은 공실 해소와 단기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리모델링 비용과 제도적 제약,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공급 확대를 이끌 핵심 해법으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별도의 공급 확대 정책과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향후 정책의 실효성은 세제·금융 인센티브 수준과 공공의 참여 방식, 시범사업 추진 여부 등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