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범죄, 나치처럼 영구 책임…민·형사 소멸시효 폐기"

제주 4·3 왜곡·폄훼 방지 추진…아카이브 기록관 건립도

입력 : 2026-03-29 오후 4:36:0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민·형사 소멸시효를 폐지시켜 나치 전범과 같이 '영구적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제주 4·3에 대한 왜곡·폄훼 및 진압 공로 서훈 취소와 관련한 제도 마련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폭력 훈장 '박탈'…"제주 4·3 완전한 명예회복"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제주도를 찾아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유족들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우선 희생자 위패가 모셔진 '위패봉안실'과 4·3 당시 행방불명돼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표석이 설치된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위패봉안실에서 나와 방명록에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기하겠습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유족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어진 모두발언에서는 제주 4·3의 명예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의 약속을 내놨습니다.
 
이 대통령은 "잔인한 국가폭력에 희생되신 제주 도민들을 생각하면 대통령으로서 매우 송구스럽다는 마음이 든다"며 "이념 갈등의 광풍 속에서 벌어진 반인권적인 국가폭력 범죄로 제주 도민의 10%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4월에 약 7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며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와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이끌어낸 여러분의 노력이 마침내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인 가치를 이루기 위한 위대한 실천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폭력, 과거사 사건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평화와 화해, 그리고 해결의 모범이 바로 제주 4·3이라고 믿는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유족과 제주 도민의 노력을 되새기며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제주 4·3 왜곡과 폄훼에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아직 완결되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9차 희생자 유족 신고 기간과 가족 관계 작성 및 정전, 혼인, 입양 특례 및 보상 신청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또 제주 4·3 기록물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을 추진합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희생자와 유족께 상처를 안겨준 4·3 사건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해서도 취소 근거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폭력 범죄 자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내놨는데요. 상속 재산이 있는 경우 그 자손들까지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형사처벌 시효, 그리고 민사 대상 소멸시효도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구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국가폭력으로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 처벌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을 통해 유가족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인 고계순씨(48년생)는 "70여년 만에 한을 풀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서도 '남영동 절규 어린 금빛 훈장 박탈되나…경찰, 7만개 전수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고문과 사건 조작, 사법 살인과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공유한 기사는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 공로로 포상을 받은 수사 관계자들의 서훈 취소를 위해 경찰이 첫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9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 4·3에 각별…추념식 전 '타운홀 미팅' 
 
이 대통령의 이날 제주 방문은 제78주년 4·3 추념일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부터 대선 후보 시절까지 제주 4·3 사건을 각별하게 챙겼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추념식에 참석했는데요.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추념식에도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이 다음달 2~3일로 정해지면서 일찍 제주를 찾은 겁니다.
 
이 대통령은 30일에도 제주 도민과 함께하는 타운홀미팅 행사 개최를 위해 하루 더 제주에 머물 예정입니다.
 
이 대통령은 제주와 관련해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에너지 대전환의 섬'이자, 머무는 관광과 K-컬처가 결합된 '세계적 관광수도', 그리고 '지역경제 혁신 중심지'로 도약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갈 제주를 꿈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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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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