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서 아주 곧 떠날 것"이라며 이란 전쟁 종전 시점으로 '2~3주 이내'를 거론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대한 출구 전략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까지 예고했습니다. '셀프 승리 선언' 이후 군을 철수시키는 '일방적 종전 선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최근 전쟁의 장기화로 치솟은 유가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백기를 들고 철수에 나서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일방 종전' 가능성…이란도 "전쟁 종식 의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주 곧 떠날 것이며, 아마도 2주에서 3주 내"라며 "우리가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뿐"이라며 조기 철군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또 이란 내 정권교체와 핵 보유 저지 목표가 모두 달성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과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하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 전에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들(이란)이 합의를 원하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전쟁 종식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통화에서 "(미국의) 침략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 경우 이 전쟁을 종식시킬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서 제시했던 5대 조건을 재차 거론하면서도 최우선 조건으로 '전쟁 재발 방지 보장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에 이란과 관련한 연설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상황에 관한 중요한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일방적 종전 선언 또는 구체적 종전 구상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이란과의 전쟁 승리를 표명한 이후 일방적으로 종전 선언을 하거나, 추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종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가지 플랜(계획)이 있는데 첫 번째는 협상이 잘돼서 전쟁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협상이 되든 말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를 이뤘다고 하면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목표했던 이란의 핵 불능화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고, 또는 추가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한 뒤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 급등에 출구전략 마련…미해결로 남는 호르무즈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에서 전쟁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해협은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6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던 기존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겁니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종전의 필수 조건에서 사실상 제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뜻을 고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이유는 미국민이 가장 예민해하는 휘발유 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 4~6주의 시한을 예고한 바 있는데요. 날짜가 임박한 데다, 국제유가가 진정되지 않고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출구 전략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철수 발언도 휘발유 가격과 관련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라며 "곧 떠날 것이고, 그러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