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전 실상③)'원전=자동차?'..정부, 원전 설계수명 연장 '논란'

"퇴물 발전소 연장 위험 VS 관리 잘하면 문제없다"

입력 : 2012-06-28 오후 3:53:2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퇴물' 발전소를 정부가 연장하려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정부는 '자동차'처럼 관리만 잘하면 원전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고리 1호기의 전력 공급이 12분간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지켜야 할 규정을 무시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은폐와 도덕적 해이로 밝혀졌지만,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고리1호기의 수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78년에 지어진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원전으로, 당초 수명을 30년으로 상정하고 건설했다. 
 
고리1호기의 설계 수명은 이미 2007년에 끝났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수리·보수를 통해 더 가동할 수 있다며 오는 2017년까지 재가동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당초 원전을 세울 때 지정했던 설계수명이 다하면 안전성 평가를 통해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후 가동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가 없을 경우 운영을 지속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폐기 절차를 밟는다.
 
따라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고리1호기의 수명이 끝났다는 것은 오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홍 장관은 "고리1호기 등 원전의 고장이 잦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난 2005년 이후 고리1호기는 경미한 고장으로 인해 딱 한번 멈췄다"며 "수명이라는 용어를 쓰기 때문에 설계 수명이 다하면 폐기해야햐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이란 안전성과 기술성을 근거로 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초기 설계단계에서 추정한 예측치일 뿐이라는 것. 절차와 기준에 맞춰 잘 관리하면 설계 수명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노후한' 원전이라는 비판이 지속되자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전 안전 점검을 요청했다.
 
IAEA는 8일간의 점검을 마친 후 '고리원전 1호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국민들은 IAEA의 '안전하다'는 점검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 IAEA가 설계수명 연장 평가 때 합격점을 줬던 고리 1호기의 비상 디젤발전기 2대가 올해 초 정전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역시 IAEA의 안전성 점검을 토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했지만 원자로가 폭발하고 핵연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과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 등은 '원자력발전소 안전대책을 위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리 1호기는 이미 설계 수명이 끝났음에도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이라며 "노후 원전의 문제점은 설비고장·오작동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정부는 현재 국내 전력 생산량의 4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오는 2030년까지 생산량을 59%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 캐나다의 사례를 들며 원전에 대한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나라들은 원전 가동기간을 연장하면서 문제 없이 원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원전 지향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국은 발전소가 사업자에 의해 수명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제남 의원실 이헌석 정책특보는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법과 제도도 갖추 않고 고리1호기의 수명이 연장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리1호기를 폐쇄하고 핵발전소 수명 연장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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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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