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곤 회장 소유 계열사 DFMS 흡수합병..의미는?

입력 : 2012-07-30 오전 11:35:13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이 발의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해법으로 오너소유 계열사를 핵심 계열사로의 흡수합병을 택한 가운데 다른 대기업들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계서열 12위인 두산그룹은 박용곤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관리용역업체 DFMS를 그룹의 핵심계열사 두산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두산(000150)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두산 기업집단 소속의 비상장 계열사인 DFMS를 오는 11월1일을 기해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모두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다.
 
박 회장이 소유한 두산의 지분은 모두 43.9%(1146만7020주)이며 피합병법인인 DFMS 역시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13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 측은 "DFMS 흡수합병으로 그룹의 시설과 보안서비스를 통합해 시설관리 원가절감과 보안관리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비상장사인 DFMS를 상장사인 주식회사 두산에 편입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회사 재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DFMS는 지난해 매출액 611억5300만원 중 36.93%에 달하는 225억8300만원을 그룹 내 17개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91억62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두산타워가 44억9700만원, 두산건설(011160)이 23억9300만원, 두산(000150)이 21억6200만원 등 적지 않은 일감을 몰아줬다.
 
이 가운데 지난 25일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엔 부당내부거래 목적의 계열사 신설 금지와 내부거래 개연성을 따지는 계열사편입 심사제 관련조항이 들어갔다.
 
더불어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기업에는 자산매각·영업양도 뿐 아니라 계열분리(회사 지분매각)라는 강력한 처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행위 규제도 포함됐다.
 
즉, 두산의 DFMS 흡수합병 결정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두산을 시작으로 대기업 계열사의 비상장 계열사의 흡수합병이나 기업공개(IPO)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시스템통합(SI) 혹은 건물관리업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감을 몰아줘왔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이 지분 25.10%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2조6872억원 가운데 44.52%(1조1964억만원)를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금산분리법 이슈 탓에 지속적으로 상장설이 제기됐던 삼성에버랜드로서도 다시 한번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GS(078930)그룹은 지난 2010년 허창수 회장의 장남 소유의 건설관리업체 엔씨타스를 설립한 후 GS건설 내 구매관리부서를 엔씨타스에 편입하려고 했지만 이 계획을 수정했다.
 
대신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55.99%에 달하는 금액을  GS건설(006360), 파르나호텔, GS네오텍 등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한화(000880)그룹도 세 아들 소유의 회사에 일감을 꾸준히 몰아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I업체 한화S&C에 이 회사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58.09%에 달하는 3340억원을 몰아줬다.
 
이밖에 한진그룹도 조현아 대한항공(003490) 전무 등 삼남매가 지분 33.33%씩 보유한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주고 있다.
 
기내면세품 대행판매와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업체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82.69%를 대한항공,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한진 등 계열사로부터 벌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용훈 기자
김용훈기자의 다른 뉴스